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과 부인 캐롤이 지난해 4월 변호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과 부인 캐롤이 지난해 4월 변호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영화 같은 탈출극을 벌인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 회장이 자신의 도주 과정에 부인 캐롤 등 가족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각) 곤 전 회장이 프랑스 파리에 있는 홍보회사를 통해 "아내 캐롤과 다른 가족들이 나의 일본 탈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언론 보도들은 잘못된 것이다"라면서 "내가 혼자 계획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과 외신들은 그간 곤 전 회장의 탈출에 부인 캐롤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경비업체 등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레바논 국적인 캐롤이 터키 이스탄불 공항을 경유해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한 자가용 비행기에 곤 전 회장과 함께 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곤 전 회장이 이를 부인한 것은 부인 캐롤과 가족들에게 쏠릴 관심과 법적 책임을 막기 위한 목적일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곤 전 회장이 지난달 도쿄의 자택에서 유명 할리우드 제작자와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는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고 곤 전 회장의 지인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 '버드맨'(2014)을 제작한 존 레셔를 만나, 일본 당국이 자신을 부당하게 구금했으며 자신은 결백을 입증하고자 싸우고 있다는 식으로 투쟁을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영화의 주제는 자신의 구출이고, 일본 사법제도는 '악의 무리'에 해당하는 설정이라는 것이다.

실제 곤 전 회장의 일본 탈출은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극적 요소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는 프랑스와 레바논, 브라질 국적을 갖고 있고 이번 도주에 프랑스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검색을 피해 자가용 비행기로 터키를 경유, 레바논에 무사히 도착했다.

일본은 곤 전 회장의 탈출 문제로 레바논, 프랑스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분위기다. 레바논은 곤 전 회장을 일본에 넘길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알베르트 세르한 레바논 법무장관은 이날 AP통신에 인터폴로부터 곤 전 회장에 대한 수배 요청을 받았다며 "검찰이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레바논과 일본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인터폴에 협력할 수 있지만, 자국 시민권을 가진 곤 전 회장을 일본에 넘기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곤 전 회장은 브라질 출생으로 레바논에서 자라 레바논 시민권을 갖고 있으며 전처와 현 부인도 레바논 출신이다. 레바논에서는 곤 전 회장을 해외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프랑스도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재정경제부의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국무장관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곤 전 회장이 프랑스로 온다면 우리는 그를 (일본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는 국민을 (외국으로) 송환하지 않으며 이런 원칙은 다른 모든 프랑스인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한편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곤 전 회장 도주 사건을 조사 중인 터키 내무부가 곤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혐의로 조종사 4명과 운송회사 관계자, 공항 직원 2명 등 7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곤 전 회장의 자가용 비행기가 지난달 30일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을 경유했을 당시 그에게 협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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