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제시하는 사법개혁 방향, 문제 핵심 짚어내지 못한다"
위원 11명 중 6명 국회 선출, 4명은 법관회의 추천... 논란 예상

[법률방송뉴스] 조국 사태와 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 처리, 추미애 법무부장관 임명 등 '검찰개혁' 관련한 이슈에 가려져 '법원개혁'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면서도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뒷방으로 밀려난 법원개혁, 관련해서 오늘(2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법원개혁 방안이 필요하다"며 '법원조직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장한지 기자가 개정안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리포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2020년 새해 첫 법안으로 대표발의한 42쪽짜리 '법원조직법 개정안'입니다.

박 의원은 "사법개혁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경과는 지지부진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법불신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현재 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사법개혁 방안의 내용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개혁 방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법안은 사법행정에 관한 총괄적 권한을 가지는 합의제 심의·의결기구로 사법행정위원회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위원장은 대법원장으로 하고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위원 구성입니다.

11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은 국회가 선출하도록 했고, 4명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추천하는 법관을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했습니다.

11명 위원 중에 10명을 국회나 판사회의에서 임명하도록 해 대법원장이 위원회에 미칠 영향을 애초에 완전 차단한 겁니다.

대법원이 기존 제왕적 대법원장 권력을 해소할 사법부 개혁 방안이라며 운용하고 있는 '사법행정자문회의'가 거꾸로 대법원장의 권한 강화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입니다.

[한상희 / 건국대 로스쿨 교수]
"제일 문제가 사법행정 자문회의거든요. 이게 대법원장의 어떤 자문에 응하는 자문기관이 되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대법원장이 하고 싶은 일을 추인해주는 또는 정당화시켜주는 역할로 가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대법원장의 권한이 오히려 강화되는 것이죠."

이런 지적과 비판을 수용해 박주민 의원 안에 담겨 있는 신설되는 사법행정위원회엔 실질적이고도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법안은 우선 대법원 규칙과 예규의 제·개정권과 법원의 인사와 예산권 등 핵심 권한들을 사법행정위원회에 주고 있습니다.

법안은 "그 밖에 사법행정의 사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라는 문구를 넣어 대법원장에 부여되었던 핵심 권한들을 대거 사법행정위원회에 이관할 수 있는 근거를 두었습니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의 원천이었던 법원행정처와 법관인사위원회는 폐지하고, 해당 기능은 대부분 사법행정위원회로 흡수됩니다.

법안은 아울러 전국법원장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 근거 규정을 신설했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는 폐지하는 한편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 등도 아울러 담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과 함께 조금 더 개혁적인 내용을 많이 담아서, 법원 내부에서는 싫어할 수도 있지만 개혁적인 법안을 발의해서 사법개혁 본연의 취지에 더 맞는 법이 입법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로 발의했다"는 것이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다만 법안은 발의됐지만 20대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데다 여야가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고 검찰개혁과 달리 여야 모두 법원개혁엔 미지근한 반응이어서 개정안이 통과될 전망은 높지는 않습니다.

[한상희 / 건국대 로스쿨 교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라는 게 그것을 국회에서 요즘 같은 식물국회에서 제대로 처리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이런 가운데 2017년 9월 취임 당시부터 '좋은 재판'과 '법원개혁'을 강조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오늘 2020년 시무식에서도 법원개혁 의지를 거듭 피력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에는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과 사법관료화 방지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사법행정회의 신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의 폐지 등이 입법을 통해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김 대법원장은 강조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처한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사법부를 국민께 되돌려 드리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사법부로 거듭나는 일은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듭된 사법개혁 의지 피력에도 '그동안 보여준 게 없지 않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법원 안팎에선 존재합니다.

[이탄희 변호사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현 대법원장께서 주도적으로 국민들과 함께하는 사법개혁을 끌고 가실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런 모습이 많이 안 보였죠. 그렇게 해서 국민들이 실망을 하고..."

김 대법원장은 법원 안팎에서 영장 기각이나 판결 내용을 두고 개별 법관을 비난하는 데 대해선 강한 어조로 "법관의 독립을 위협하는 움직임에 단호히 맞서서 법관이 소신껏 재판할 수 있는 여건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국민들께 좋은 재판으로 보답하고 있는지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받겠다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박주민 의원의 법원조직법 개정안 내용에 대해 20대 국회 통과 여부를 떠나 일단 방향은 제시했다는 평가입니다.

2020년 새해에 검찰개혁 법안들에 이어 법원개혁 법안이 실제 처리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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