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내용과 다른 기각 사유 '원문' 퍼지면서 논란 증폭돼
동부지법 "판사가 요약본 만들면서 '죄질 좋지 않아' 표현"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법률방송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새벽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조 전 장관 영장을 기각한 직후 쏟아져 나온 보도로 알려진 기각 사유와, 이날 공개된 기각 사유 '전문'의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범죄혐의는 소명되지만, 구속 필요성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기각 사유가 모순으로 보이는 것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우선 “죄질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기각 사유가 문제가 됐다. 요약된 보도자료에 들어있는 이 표현을 인용해 ‘범죄가 소명됐다’와 ‘죄질이 좋지 않다’는 표현을 함께 제목에 사용한 기사들이 양산됐으나, 막상 판사의 기각 사유 원문에는 이 표현이 없었다.

서울동부지법 공보판사는 이날 오전 “새벽에 직접 배포한 보도자료도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권덕진 부장판사가 직접 작성한 내용”이라며 “영장 기각 사유는 공개되면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비공개가 원칙이라 보도자료를 별도로 작성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27일 새벽 0시 50분쯤 조 전 장관의 영장이 기각되자 서울동부지법 공보판사는 권 부장판사가 작성해 놓은 "죄질이 좋지 않다"는 표현이 들어 있는 영장 기각 사유 요약본을 기자들에게 전달했고, 이 요약본 내용을 보도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권 부장판사는 동시에 조 전 장관 영장 기각 사유를 검찰에 보냈다. 이날 인터넷 등에서 확산된 기각 사유 '원문'은 권 부장판사가 검찰에 보낸 기각 사유다.

원문에 있는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부분이 요약본에서는 “죄질이 좋지 않으나”로 표현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요약이 항간에 제기된 의혹처럼 어떤 '예단을 불러일으키는 편파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감찰 중단으로 인한 법치주의 후퇴’라는 표현이 죄질이라는 말보다 훨씬 더 엄중하다”며 “법치주의 근간을 흔든 것은 곧 국헌 문란에 해당하는데 판사가 이런 점을 강조하려고 했다면 오히려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직권남용 혐의가 소명된다고 법원이 판단한 이상 죄질이 좋지 않다는 표현에 혐의에 대한 예단을 불러일으키거나 악의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굳이 '죄질이 좋지 않다'라는 표현을 써 예단을 갖게 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불만에 대해서도 “‘범죄의 중대성’과 ‘죄질에 대한 평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고위공직자 자녀의 채용비리를 '중대 범죄'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구직난에 시달리는 평범한 청년들에게 절망감을 안겨 주었다는 측면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조 전 장관 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무리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구속영장 발부에 유죄 평결을 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굳이 말하자면 50% 정도, 유죄일 확률이 있다는 정도의 의심만 들면 영장 발부를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불구속을 원칙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범죄가 소명됐다’는 것은 영장 발부 사유가 타당한가(상당성)에 대한 것이다. 즉 무리하거나 터무니없는 수사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한편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말은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한 설명"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은 나름의 수사 명분을 얻었고, 조 전 장관과 변호인단은 구속을 피했다는 측면에서 양측 모두에 '절반의 성공'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양쪽이 불꽃 튀는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검찰은 "죄질이 나쁜 직권남용 범죄를 법원에서 인정한 이상, 이 사건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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