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죄질 좋지 않지만 배우자도 구속"... 검찰 영장 재청구 여부 주목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6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6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27일 0시 50분쯤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2시50분까지 4시간20분 동안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범죄혐의는 소명됐다"면서도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 등 사정에 비춰볼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없다"고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영장실질심사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권 부장판사는 "결국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오전 1시35분쯤 영장실질심사 후 대기 중이던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왔다. 조 전 장관은 담담한 표정으로 구치소 관계자 등에게 인사한 뒤 승용차를 타고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그는 사전에 입장 표명이나 취재진 질의응답 없이 귀가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로서는 이날 영장은 기각됐지만 법원이 조 전 장관의 범죄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한 만큼, 일각에서 제기됐던 과잉수사라는 비난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신병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친문' 실세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려고 했던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한 후 재판 과정에서 혐의 입증에 나서는 방안을 택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우 법원에서 2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3차례 청구한 끝에 구속시킨 바 있다.

조 전 장관으로서는 구속 위기는 넘겼지만, 법원이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만큼 향후 검찰과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유재수 전 부시장의 비위 내용을 알고도 감찰 중단을 결정하고,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에 사표를 내게 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조 전 장관 측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이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범위'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무적 판단일 뿐,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7일 변호인단을 통해 "정무적 최종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무적 책임은 있을지언정 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반면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금품수수 등 불법이 명백한 비위를 확인하고도 수사의뢰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민정수석의 직무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정농단을 알고도 모른 척해서 구속됐다면, 조 전 장관은 진행되던 감찰을 없던 일로 만들었기 때문에 더 적극적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정상적인 감찰 중단이라면 당연히 작성해야 할 감찰결과 최종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감찰 과정에서 확보한 유 전 부시장의 휴대폰 포렌식 자료 등 감찰자료를 폐기했다면서 증거인멸 우려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