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원서에 기재된 연락처 등 개인정보 보고 사적 연락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처리자' 아니어서 처벌 불가

[법률방송뉴스] 수능 감독관이 수능 수험생의 개인정보를 보고 “마음에 든다”며 사적으로 연락했습니다.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2018년 11월 15일 치러진 수능시험 고사장 감독업무를 맡은 A씨는 수험생 B씨의 이름과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가 담긴 응시원서를 보고 B씨에게 "마음에 든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A씨는 31살이라고 하는데 30대 남성이 아마도 미성년자였을 수험생에게 뭘 어쩌려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마음에 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A씨는 하지만 B씨의 신고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에선 A씨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되는 ‘개인정보 처리자’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처리자'를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A씨가 “개인정보 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개인정보 처리자는 교육부 또는 지방교육청으로 봐야 한다.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된 A씨는 수험생 확인 등 수능 감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개인정보 취급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재판부 판시입니다.

쉽게 말해 개인정보 처리 권한이 있는 ‘처리자’가 아니고 개인정보를 전달받은 단순 ‘취급자’에 불과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개인정보 취급자에 대한 금지행위는 개인정보를 '누설 및 제공하는 행위', '훼손·변경·위조 또는 유출 행위'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 사건에서 해당하는 '이용'에 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재판부 설명입니다.

개인정보 취급자로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유출한 게 아니고 당사자에게 연락을 취하는데 ‘이용’만 한 거여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이에 "A씨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그같은 사정만으로 A씨를 처벌할 순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경찰서를 방문한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보고 “마음에 든다”며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한 순경이 견책 처분을 받은 사건이 최근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에 해당 순경을 처벌할 수 있는지 관계기관에 법률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관련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고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원하지 않게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면 도용당한 피해자 입장에선 ‘개인정보 처리자’나 ‘개인정보 취급자’나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냥 똑같이 불쾌하고 불안한 일을 당한 피해자일 겁니다.

법률 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후속 조치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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