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변의 더불어 사는 法] 일상생활 곳곳에 법적 쟁점이 숨어있습니다. 정현우 변호사(법무법인 비츠로)가 일조권, 층간소음, 노약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등 우리 주거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법적 문제를 '정변의 더불어 사는 法' 코너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정현우 변호사(법무법인 비츠로)
정현우 법무법인 비츠로 변호사

'상린관계'라는 법률용어가 있다. 인접한 토지 및 건물 사이에서 그 이용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을 말하는 표현인데 낯설고 어려운 용어이기도 하다. 공동주택 거주비율이 압도적인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상린관계의 문제가 행복한 주거환경과 직결되는 일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일조권 문제이다.

거실창을 통해 하루 약 4시간가량 햇빛을 받을 수 있던 집이 다른 건물로 인해 15분 정도밖에 햇빛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면, 피해자는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큰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둥근 지구의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이 남쪽하늘에 위치해 있으므로 일조권의 침해도 남쪽건물에 의해 북쪽건물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국내에서는 1978년 학교법인 경흥학원 사례에서 일조권이 처음 인정되어 논의가 시작되었다.

'일조(日照)'는 태양광선이 구름 등으로 가려지지 않고 지상을 비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일조권의 대상은 직사광선이고 간접광선은 해당되지 않는다. 사실 '일조'는 일본식 한자어이므로 '해비침'과 같은 우리말로 순화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조이익의 향유자는 ‘토지 소유자 등’으로 여기에는 토지·건물 소유자 및 임차인 등의 거주자가 포함된다. 일시적으로 건물을 이용하는데 그치는 경우라면 일조이익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없다. 예를 들어 학교의 학생들은 일조권의 보호대상자가 아니다.

일조방해가 발생한 경우 그것이 법적으로 보호할 정도의 것이 되려면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사회통념이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관념’을 말하고, 수인한도란 ‘방해를 참을 수 있는 한계치’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일조방해가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어서면 위법한 가해행위가 되어 구제의 대상이 된다.

수인한도의 기본적 기준은 '동지일에' '9시부터 15시까지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거나' 또는 '8시부터 16시 사이의 8시간 중 통틀어 최소 4시간 정도 확보되는지'이다. 위 기준에 부합하면 불법한 일조방해가 아니다.

동지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동지 때 태양이 남쪽하늘 가장 낮은 위치를 지나가므로 태양빛이 비치는 각도가 완만하여 일조방해가 가장 커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조권이 침해되면 대부분은 손해배상을 통해 구제된다. 피해건물의 소유자는 가해건물의 건축주를 상대로 일조방해로 인한 피해건물의 시가하락액 상당을 재판상 청구하는 경우가 많고, 일조방해가 인정될 경우 법원은 피해건물의 소유자가 주장하는 시가하락액을 적절히 감액하여 손해를 인정해 주고 있다.

그 외 가해건물의 신축공사로 심각한 일조방해가 예상되는 경우 피해건물의 소유자는 가해건물의 시공자 등을 상대로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만 공사의 중지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손해배상의 경우보다 일조방해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게 된다.

여전히 일조권에 관하여 피해건물의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소송의 상대방은 누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동지가 아님에도 동지를 기준으로 일조시간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인지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의 거주가 대부분인 만큼 '해비침 권리'도 더불어 보호받아야 할 권리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잘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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