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법 제5조 “공공기관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문서를 요구하면 제공해야 한다”

▲유재광 앵커= 오늘(17일)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에선 한 시각장애인이 법원을 상대로 소송을 낸 얘기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어떤 사연인지 좀 볼까요.

▲기자= 시각장애 1급 A씨 사연인데요. A씨는 지난해 한 시각장애인단체 사무실에서 임원들과 심한 말다툼을 벌이다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지게 됐습니다.

문제는 A씨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인데도 공소장이나 공판기일 통지서, 상대방 준비서면 등 법원에서 날아오는 문서들이 다 일반 활자로 돼 있어 읽을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재판부에 점자로 된 문서를 달라고 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했고, 재판 결과만 말씀드리면 결국 1·2심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이에 A씨는 대법원에 상고하기 위해 판결문이라도 점자로 좀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 거부당하자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서 ‘점자 판결문 교부 거부처분 취소소송’이라는 다소 생소한 소송을 낸 사안입니다.

▲앵커= A씨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했을 것 같은데, 재판부에선 그런데 왜 그렇게 점자문서를 안 만들어 준 건가요.

▲기자= 이유는 그냥 단순했습니다. “점자기계가 없어서”였는데요.

A씨가 받은 판결등본 교부신청서에 '일반 활자문서 제공 가(可), 점자문서 제공 불가(不可)'가 아예 적시돼 있었다는 것이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 유현경 변호사의 말입니다.

이에 유 변호사는 A씨를 대리해 점자 판결문 교부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내면서 법원에 시정요구서도 함께 제출했습니다.

▲앵커= 우리 법원이 아직도 후진적인 부분이 많다, 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드는데요. 이게 관련 법 같은 게 없나요.

▲기자= 이게 관련 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점자법 제5조엔 '공공기관은 시각장애인이 점자문서를 요구하면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당연히 점자법의 적용을 받는 대표적인 공공기관에 해당합니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공공기관은 장애인이 생명, 신체 또는 재산권을 포함한 자신의 권리를 보호·보장받기 위하여 필요한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사법·행정절차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법안입니다.

한 마디로 법원 역시 사법서비스들을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하고, 장애인 스스로 인식하고 작성할 수 있는 서식의 제작 및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는 겁니다.

공단 유현경 변호사는 이런 점들을 들어 "기계가 없다는 이유로 점자문서를 제공하지 않는 해당 재판부 처분은 점자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재판부에 집중 부각했습니다.

▲앵커= 결론이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기자= 법원은 공단의 시정 요구를 받아들여 A씨에게 점자문서를 교부했고요. 이에 따라 A씨는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장애인들은 사법·행정 절차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힘들다. 시각장애 뿐만 아니라 장애 유형별로 각 장애인이 선호하는 방법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이번 소송을 대리한 유현경 변호사의 말입니다.

▲앵커= 유 변호사 말대로 단발성 사건에 그칠 게 아니라 근본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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