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전현직 삼성 임직원 5명 실형, 전직 정보경찰·노무사도
'S그룹 노사전략 문건' 폭로 후 6년 만에 법원 "그룹 차원의 조직적 노조 탄압" 판단

삼성전자 이상훈(왼쪽)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 /법률방송
삼성전자 이상훈(왼쪽)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삼성 노조 와해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 2인자'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의장에게 이같이 선고하는 등 삼성 노조 와해 사건으로 기소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법인 등 총 32명 중 26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강 부사장은 앞서 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으로도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는 징역 1년2개월,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1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는 징역 1년6개월 등 전·현직 임직원들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노사 협상 등에 개입하고 6천2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전직 정보경찰 김모씨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삼성전자의 노사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 노무사는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이날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을 포함해 7명이 무더기로 수감됐다.

 

◆ 'S그룹 노사전략 문건' 폭로 이후 6년 만에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노조 탄압" 판결

이날 판결은 이른바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6년여 만에 삼성그룹 차원의 노조 와해 공작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지난 2013년 10월 당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150쪽 분량의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을 폭로했다. 문건에는 노조가 설립되면 조기 와해를 유도하겠다는 등 내용을 삼성그룹 차원에서 논의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15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최지성 당시 미래전략실장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 문건의 작성 주체와 출처를 확인할 수 없어, 그룹 차원에서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검찰은 다만 계열사인 삼성에버랜드 차원에서만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부사장 등을 약식기소했다.

묻힐 것 같던 의혹의 실마리는 지난해 2월  실마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나타났다. 검찰은 당시 삼성전자가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해 준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삼성전자 수원 본사 등을 압수수색, 확보한 하드디스크에서 삼성그룹 차원의 노조 와해 공작 정황이 담긴 문서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검찰은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을 새로 발부받아 이를 확보한 뒤 재수사에 나섰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사건으로 32명,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의혹 사건으로 13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이후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에 대한 1심 판결까지 법원의 심리에는 약 1년 6개월, 삼성에버랜드 사건의 심리에는 약 1년이 걸렸다. 지난 13일 삼성에버랜드 사건 1심에서는 13명 피고인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 재판부 "이상훈 의장 면책 안 돼"... 실형 선고 피고인들에 "가슴 아프지만 구속 않을 수 없어"

이 의장 등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지난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 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해 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를 실무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일 뿐 고위층에 보고되거나 실제 시행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미래전략실 강경훈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상훈에 이르기까지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상훈 의장에 대해 "본인이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하지만, 윗사람의 공모·가담에 대해 단지 지엽적인 부분을 몰랐다는 이유로 면책해드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실형을 선고한 피고인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과정에서 "여러 고민을 했지만,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판부로서도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기획 폐업에 응한 협력업체 사장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삼성의 지시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응한 것이므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에는 벌금 7천400만원을 부과했지만, 삼성전자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이상훈 의장이 대표자라며 삼성전자도 기소했지만, 이상훈 의장은 CFO이지 법적인 대표자라고 할 수 없다"며 "법률상 대표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상훈이 사실상 대표권을 행사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 공모관계" 검찰 공소사실 인정

검찰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 자회사에 대응 TF 등이 설치돼 전략을 구체화하고 실행했고, 강성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를 폐업시키고 노조원에 대한 표적 감사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 수사 결과 회삿돈을 빼돌려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 무마용 금품을 건네거나 노사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했고, 이 과정에 경총 임직원이나 정보경찰이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런 혐의 중 일부를 제외한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만든 '노사전략 문건'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 순으로 이어진 공모관계에 따라 실행됐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전실에서 하달돼 각 계열사와 자회사로 배포된 연도별 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각종 보고자료 등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 방법을 기재한 문건의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 문건들을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범행의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를 사실상 하부조직처럼 운영했고, 수리기사들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세력의 약화를 위해 지배 개입을 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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