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 외국인 노동자 측 "사업주가 불법 체류 단속 위험 부담하고 채용"
행정법원 "무리하게 도주하다 사고... 업무 위험 내재 사고로 볼 수 없어"

[법률방송뉴스]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하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가 단속반을 피해 달아나다 사고로 숨졌습니다.

이에 숨진 노동자의 아내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불법체류자 A씨가 철근공으로 일하던 경기도 김포시의 한 건설공사현장에 지난해 8월 22일 낮 12시쯤 출입국관리소의 불법취업 외국인 근로자 단속이 나왔습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식당 창문을 통해 달아나려다 7.5미터 아래 지하로 추락한 A씨는 결국 외상성 뇌출혈 진단으로 사고 17일 만인 9월 8일 숨을 거뒀습니다.

이에 A씨 아내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에 따른 유족급여과 장의비 지급 등을 신청했지만 공단이 이를 받아주지 않자 소송을 냈습니다.

A씨 변호인은 재판에서 크게 두 가지 점을 들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나는 A씨 사업주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불법체류 단속 위험을 감수하고 A씨를 고용한 점, 다른 하나는 A씨가 사고 장소에 상당 기간 방치한 점을 들었습니다.

즉, 단속을 피하기 위한 도주행위도 사실상 업무의 일종에 해당하고 사고 후 신속하게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한 만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 박성규 부장판사는 그러나 A씨 측 주장을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오늘(16일) 밝혔습니다.

“이 사고는 망인이 다소 이례적이고 무리한 방법으로 도주하려다가 발생한 것으로 업무에 내재한 위험이 현실화 한 사고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사업자가 도주를 직접 지시하거나 미리 도피 경로를 마련해 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지만 A씨 사례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식당 시설 하자나 사업주 측의 응급조치 소홀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사업주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판결을 보며 든 생각은 “단속반 뜨면 미리미리 알아서 도주해야 해”라고 명시적으로 일러주거나, 불법체류 노동자를 위해 미리 도피 경로를 마련해 주는 사업주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사업주나 불법체류 노동자나 그냥 ‘단속 뜨면 도망가야지’하는 점에서 ‘이심전심’ 아닐까 하는데, 암튼 명시적으로 도주를 지시한 경우가 아니라면 단속을 피해 도주하다 숨져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행정법원 판결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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