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정치 잘해, 전두환이 무슨 정치냐" 술자리 발언으로 8개월 옥살이
2017년 재심 신청했지만 사망... 아내가 다시 재심 신청해 무죄 판결 받아
전두환, 정호영·최세창 등 쿠데타 주역들과 12일 만찬 논란... "축하 분위기"

[법률방송뉴스] 군사정권 시절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사람이 재심을 통해 38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정작 자신의 무죄 판결문을 받아 볼 순 없습니다. 이미 고인이 됐기 때문입니다. ‘앵커 브리핑’입니다.

1953년생 홍제화씨라고 하는데요.

홍씨는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지난 1981년 7월 27일 밤 11시 쯤 제주시 조천읍의 집근처 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논쟁 아닌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김일성 원수가 정치를 잘한다. 역시 영웅은 영웅이다”는 홍씨의 말에 지인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을 내세우며 반박하자 홍씨는 다시 “박정희가 뭐를 잘했다고 영웅이라고 하느냐”고 응수했습니다.

홍씨는 그러면서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 대해서도 “전두환도 어려서 정치하기는 틀렸다”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반국가단체 구성원 찬양·고무 등 혐의로 홍씨를 기소했습니다.

박정희·전두환 두 대통령의 정책과 활동이 김일성보다 열등하고 못하다고 표현한 것은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고무한 것이라는 게 검찰 기소 내용입니다.

법원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습니다.

28살 혈기방장한 나이에 친구들과 술 먹다 한 얘기로 ‘빨갱이’ 낙인이 찍힌 홍씨는 평생 이를 억울해하다 지난 2017년 9월 제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홍씨는 하지만 재심 결과를 보지 못하고 지난해 7월 5일 사망했습니다.

이에 홍씨의 아내가 남편의 유지를 이어 같은해 12월 법원에 다시 재심을 청구했고, 제주지법 형사1부 노현미 부장판사는 오늘 홍씨의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의 발언이 반국가단체에 이익이 된다거나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당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는 영장주의를 위반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작성된 것으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그 증거능력이 없다”며 수사기관의 불법 강압수사도 분명히 지적했습니다.

오늘 재심 선고를 보면서 문득 전두환씨 연희동 자택 앞에서 추징금 납부를 요구하며 비판 시위를 하는 대학생들을 향해 전두환씨가 “나를 겪어보지도 않고 뭘 안다고” 식으로 말했다는 얘기를 듣고 섬뜩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전두환씨가 얼마전엔 골프장 동영상이 공개돼 비난을 사더니 어제는 12·12 쿠데타 40주년을 기념한다고 정호영, 최세창 등 쿠데타 주도 세력들과 서울 강남의 고급 식당에서 만찬을 즐기는 영상이 공개돼 또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동영상을 촬영한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는 “큰소리로 와인잔 부딪히면서 굉장히 밝고 화기애애하고 축하 분위기속에서 전두환씨가 큰 소리로 대화를 주도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임한솔 부대표는 “1천억원대 추징금 미납에 국세와 지방세 수십억원을 체납하면서 호화생활을 즐기고 있는 전두환씨에 대해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즉각 유치장 감치명령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세창씨는 12·12 당시 3공수여단장으로 휘하 공수특전단을 동원해 직속상관인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해 무력화하는 등 쿠데타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후에 합참의장과 국방부장관까지 지냈습니다.

전두환씨와 육사 동기인 정호영씨는 5·18 당시 특전사령관으로 광주를 유혈 진압한 사실상 실무 책임자입니다. 역시 후에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 내무부장관 등을 역임했습니다.

전두환씨는 뭐 더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을 죽고 다치게 한,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을 뽑고 평생을 회한과 고통 속에 살다 가게 한 이런 쿠데타 세력들이 쿠데타 40주년 날 강남의 고급 식당에 모여 뭘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축하’를 했는지, 입이 씁쓸하다 못해 아주 씁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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