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국적 때문에 미군 입대 못해" 헌법소원 제기
'병역' 사유 18세 넘으면 38세까지 국적 포기 못해
"개인 권리 침해" 위헌 의견... "현실화 필요성 있다"

▲신새아 앵커= 한국인과 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자동으로 복수국적을 갖게 된 교포 남성에 대한 사연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오늘(13일) ‘이호영 변호사의 뉴스와 법’에서는 ‘국적법’ 얘기해 보겠습니다.

일단 먼저 이 교포 남성에 대한 사연부터 들어볼까요.

▲이호영 변호사= 이 교포 남성은 대학생 A씨인데요. 미국인인 아버지와 한국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속지주의 원칙이라고 해서 자기 나라에서 태어나면 국적을 부여해주고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속인주의 원칙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국민이 낳은 자식이라고 하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하잖아요. 다들 아시는 것처럼.

그래서 한국인이 미국에 가서 출산을 하게 되면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에서는 자동적으로 미국 국적이 부여가 되고 그 다음에 한국 국적은 우리나라 법에 의해서 한국 국적이 부여가 되어서 복수국적자가 되는 건데요.

문제는 이 A씨가 미군이 되려고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이 됐습니다.

미군이 되길 원했던 A씨가 보통 미국에서는 관습적으로 복수국적자에 대해서는 좀 차별적인, 특히 취업에 있어서의 불이익들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취업에서의 차별을 피하기 위해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려고 신청하려 했는데요. A씨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만 18세가 되면 병역준비역에 편입이 되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병역준비역에 편입이 되는 만 18세로부터 3개월 이내에 국적을 포기하는 그런 신고를 우리나라에서 해야지 현행법에 따르면 국적을 포기할 수 있고요.

그 이후에는 만 18세가 된 날로부터, 다시 말해서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지금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만 38세가 되기 전까지는 한국 국적을 이탈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럼 A씨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취업에 있어서의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싶은데 우리나라의 국적법에 따라서 한국 국적을 만 38세가 될 때까지 포기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거죠.

그렇다보니까 지금 A씨가 “이것은 나의 국적 이탈 자유를 침해한다”고 해서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입니다.

▲앵커= 국내 현행 국적법을 구체적으로 좀 살펴볼까요.

▲이호영 변호사= 현행 국적법 제12조를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제12조 1항은 "만 20세가 되기 전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은 만 22세 전까지, 만 20세가 된 후 복수국적자가 된 사람은 그때부터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2항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내용은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병역법 제8조에 따라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자는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게 만 18세 때니까 만 18세가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국적 이탈을 신고해야만 되는 것이고요. 신고를 안 하면 국적 이탈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 A씨에게 문제되는 건 국적법 제12조 2항인 것 같은데, 이를 두고 헌법소원을 낸 건가요.

▲이호영 변호사= 네. A씨는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러한 국적법 12조2항이 "국적 이탈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낸 건데요. 결국 국적 선택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그 다음에 미국에서 지금 본인이 어떤 취업 차별을 받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이런 큰 틀에서 2가지 내용을 문제 삼으면서 덧붙여서 하는 말이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도 미국 사람인데, 왜 대한민국은 나에게 강제로 국적을 부여해서 이렇게 곤란한 상황을 만들었냐”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고요.

헌법재판소는 어제인 12일 오후 2시에 대심판정에서 재미교포 2세 A씨가 국적법 제12조 2항 등이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에 대해서 공개변론을 열어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얘기를 종합해보면 국적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와 반대로는 ‘병역 기피를 악용하는 것이다’를 두고 쟁점이 됐겠네요.

▲이호영 변호사= 관련해서 어제 변론이 열린 소송 말고 그 전에 2015년 11월에도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같은 조항에 대해서 이미 합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합헌 결정은 맞지만 당시 재판관 의견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요. 합헌이다 라는 의견이 5명이었고, 위헌 의견이 4명이나 나왔거든요.

당시 위헌 의견을 낸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적시한 내용을 살펴보면 "외국에 거주하는 복수국적자 남성에게 국적 선택 절차에 관한 개별적 관리나 통지를 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해당 조항이 예외 없이 적용된다면 복수국적자의 주된 생활 근거가 되는 이 사건 같은 미국 같은 국가에서 주요 공직 등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는 등 심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었고요.

이 조항을 헌재가 판단하는 것은 이번이 8번째라고 합니다. 앞서 제기된 7차례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어쨌든 지금까지는 모두 합헌이나 각하 결정이 나왔는데 과연 이번 공개변론에서도 헌재가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지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A씨와 법무부 양측은 어떤 근거로 주장을 펼쳤나요.

▲이호영 변호사= 먼저 이런 얘기들이 나왔어요.

외국에 생활기반을 둔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지금도 합법적으로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까 이러한 국적법에 취지가 결국은 병역 면탈 수단으로 자꾸 악용된다는 그런 문제 때문에 이러한 조항이 있는 거잖아요.

지금 이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뭐냐면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본인이 원치 않으면 얼마든지 국적 이탈하고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이러한 조항을 두어서 불합리한 강제력, 개인의 권리 침해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 있는 것이고요.

반면에 법무부에서 합헌 의견을 내는 것은 뭐냐면 "병역의 의무가 부과되면 이를 이행하기 전에 원칙적으로 국적 이탈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징병제 국가로서 불가피한 것이다“, "개인적 사유를 주장해 국적 이탈 기회를 추가로 얻는 건 병역 기피와도 관련이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이 사건 조항에 대해서 합헌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이고요.

이어서 법무부가 또 얘기하고 있는 것은 어차피 기존에 계속 합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이 있었는데 그 때와 지금 사이에 특단의 사정 변경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헌재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조항과 관련해서 합헌 결정을 내려달라고 얘길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이번 논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시나요.

▲이호영 변호사= 저는 이 사건 조항이 조금 개정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특히 2015년 재판에서 위헌 의견을 냈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적시했던 위헌 사유가 뭐였냐면 이 사건에서도 보면 만 18세가 된 A씨 입장에서는 “만 18세가 됐기 때문에 당신은 앞으로 3개월 이내에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만 38세가 되기 전까지는 국적 이탈 못합니다”라는 통지 같은 걸 해주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통지를 만약에 받았으면 그 때 국적 이탈 신고를 했을 텐데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한 관리나 신고에 대한 홍보, 안내, 사전처분에 대한 안내 같은 것들을 조금 현실화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앵커= 어제 변론 내용을 토대로 재판관 전체회의를 거쳐 최종결론이 내려질 방침이라고 하는데, 과연 2019년 헌재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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