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간호조무사, 모텔에서 남자친구에 마취제 등 투여 사망케 해
변호인 "동반자살 하려다 주사바늘 빠지면서 피고인만 살아난 것"
검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볼 증거 없어... 살인의 고의 있어"

▲유재광 앵커=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를 투약해 남자친구를 숨지게 한 이른바 '부천 링거 살인사건' 첫 공판이 오늘(11일) 열렸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부천 링거 살인사건, 이게 뭔가요.

▲윤수경 변호사= 전직 간호조무사인 31살 A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11시30분경 경기도 부천시 한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 등을 투약해 남자친구였던 당시 30세였던 B씨를 숨지게 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B씨의 오른쪽 팔에서는 2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모텔 방 안에는 여러 개의 빈 약물병이 놓여 있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B씨는 마취제인 프로포폴, 리도카인과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을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사인은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였습니다.

▲앵커= 치사량의 약물을 투여했다는 건데 저항이나 이런 건 없었던 모양이네요.

▲윤수경 변호사= 네. 동반자살을 하려 했다는 게 A씨 주장인데요. 검사 결과 실제 A씨도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지긴 했는데 치료농도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의 수사 결과 A씨는 2016년 8월에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이 폐업하자 의약품을 훔쳐 가지고 있다가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A씨에게 위계승낙살인죄 등을 적용해 불구속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앵커= 위계승낙살인죄가 뭔가요.

▲윤수경 변호사= 위계승낙살인죄는 쉽게 말씀드리면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속인 뒤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서 살해한 경우에 적용이 됩니다.

즉 위계나 위력으로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그를 살해하거나 자살을 결의하도록 해서 살해하여 성립하는 범죄인데요. 우리나라 형법 253조에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경찰은 A씨가 B씨와 동반 자살할 것처럼 꾸며 B씨의 승낙을 받아 약물로 B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위계승낙살인 혐의를 적용했는데요.

그러나 검찰에서는 이와는 달리 A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살인 혐의로 죄명을 바꿔 기소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A씨는 수사기관에서 “금전 문제 등으로 B씨와 동반 자살하려고 했는데 내 팔에 놓은 주사기가 빠졌고 B씨만 숨졌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과수 부검 결과 B씨에게서는 치사량이 넘는 약물이 검출됐지만 A씨는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었다고 합니다.

▲앵커= 살인죄를 적용한 검찰이 그렇게 판단한 이유나 근거가 어떻게 되나요.

▲윤수경 변호사=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A씨와 B씨가 동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살인죄를 적용했는데요.

A씨와 B씨는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약물 수 종과 프로포폴을 투여했는데, A씨 본인은 이 3가지 약물 외에도 다른 약물을 추가로 투약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약물들은 고초열, 두드러기, 가려움성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을 치료할 때 쓰이는 약물이라고 하는데요.

B씨의 유족은 "애초에 자살을 할 것이라면 왜 동생과는 다른 2가지의 약물을 추가 투약했는지 의문점이 든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검찰은 A씨에게 처방전 없이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등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습니다. 

▲앵커= 유족 주장에 따르면 약물을 섞어서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그런 얘기로 들리는데, 이게 형량이 많이 차이가 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먼저 위계 등에 의한 촉탁살인죄는 타인의 승낙을 전제로 타인을 살해한 경우이기 때문에 법정 선고 형량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되겠습니다.

이에 반해서 일반 살인죄의 경우 법정 선고 형량이 징역 5년에서 최대 사형까지 선고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살인죄는 위계 등에 의한 촉탁살인죄보다 양형 기준이 훨씬 무겁습니다.

▲앵커= 오늘 첫 재판이 열렸다고 하는데 어떤 말들이 나왔나요.

▲윤수경 변호사=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 임해지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던 첫 재판에서 A씨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 내용 중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부인한다"고 말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고민과 자살하자는 이야기에 동화돼 피해자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에 동반 자살을 하려고 했다. 살인은 결단코 아니다"는 게 변호인 주장입니다.

염색한 짧은 머리에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던 A씨는 재판장이 "동반 자살할 의도였다면 프로포폴은 피해자에게 왜 놓았느냐"고 묻자 "조금 더 편안하게 할 의도였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럼 앞으로 재판 쟁점과 전망을 해본다면 어떨까요.

▲윤수경 변호사= 여성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본인도 같이 죽으려고 주사를 맞았지만 '과민반응'이 일어나서 금방 깼고 신고를 했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은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B씨는 자살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A씨가 B씨를 오인시키고 본인의 의료 지식을 악용하여 B씨에게만 약물을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입니다.

B씨의 유가족은 지난해 4월 A씨가 B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는데요. 이 글은 1만4천416명의 지지 동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현재로선 A씨의 증언 외에는 B씨가 자살을 승낙했다는 별다른 증거가 없어 보이기는 하는데요. 앞으로의 재판 결과를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제2의 '김성재 사건'이 될 것 같은데 말씀하신 대로 재판을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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