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하명수사 질문에 "눈이 그칠 때를 기다리고 있다" 답변

송철호 울산시장이 11일 울산시청 기자회견에서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철호 울산시장이 11일 울산시청 기자회견에서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눈이 펑펑 내릴 때는 그것을 쓸어봐야 소용없다. 쓸 때를 기다려야 한다. 지금 쓸면 거기에 또 눈이 쌓일 뿐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11일 선문답 같은 발언으로 입장을 드러냈다. 송 시장이 하명수사 논란이 불거진 뒤 공식 석상에서 심경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송 시장은 이날 오전 울산시청에서 열린 '2020년 울산시 국가예산'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하명수사 사건이 논란인데 심경은 어떤가" 묻자 이같이 비유적으로 답했다.

이날 송 시장의 발언은 하명수사 의혹에 따른 검찰 수사가 자신과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굳이 어떤 해명이나 변명 혹은 반박을 시도해봐야 소용없으니 눈이 그칠 때를 기다리듯 자신도 때를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송 시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군에서) 가장 말단 졸병 생활을 할 때 최전방에서 깨달은 지혜가 있다. 눈이 펑펑 내릴 때는 그것을 쓸어봐야 소용이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당부드린다. 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걱정하지 말라, 한 말씀으로 제 심정을 표현하겠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성경의 가르침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진은 재차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검찰 조사에 응할 것인가"라며 "지난해 1월 청와대 행정관과 만나 울산시장 선거 공약을 논의했나"라고 질문했다.

송 시장은 "다시 말씀드리는데 눈이 펑펑 내릴 때는 쓸 때를 기다려야 한다. 지금 쓸면 거기에 또 눈이 쌓일 뿐이다"라며 "때를 기다리다가 시민들에게 속시원히 말씀 드릴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 예산 관련 질문보다 하명수사 관련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사전에 대변인이 "국가예산 관련 질문 2개 외에 다른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공지했지만 기자들이 첫 질문부터 송 시장의 하명수사 의혹 관련 입장을 묻자 강하게 가로막았다.

하지만 송 시장이 이를 만류하며 스스로 답변하겠다고 나섰고, 2개 질문에만 답변한 후 다른 일정을 이유로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송 시장은 앞서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것으로 밝혀진 뒤 지난 5일 출근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몰랐다. 나중에 정리해서 이야기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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