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는 무효'
근로계약서에 조항 있더라도 '해고 사유'로 정당성 인정받기 어려워

[법률방송뉴스] 이번 코너는 법률방송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여러분의 법률 고민을 해결해 드리는 시간입니다.

법률 고민 있으신 분들 법률방송 인스타그램 계정에 메시지 남겨주시면 저희가 방송을 통해서 성심성의껏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직장에 입사한 지 6개월이 되었습니다. 입사 전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데 특이사항 조항에 '사내연애 금지'라는 조항이 있었어요. 저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사인을 했죠. 그런데 그만 입사 4개월 만에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자기야 나야."

"미쳤어 미쳤어, 회사에서 전화하면 어떡해. 걸리면 어쩌려고."

"안 걸리게 로비로 나왔지. 우리 회사는 채팅 메신저도 안 되고 카톡 보내면 소리 때문에 더 눈치 보이고 어떡해. 이렇게라도 목소리 들어야지."

"치, 누가 보면 다른 회사 다니는 줄 알겠네."

"다른 회사나 다름없는 것 같아. 부서가 달라서 같은 회사 다녀도 이렇게 얼굴 보기가 어려우니. 이따 저녁 약속 알지?"

"알지 알지. 이따 7시에 거기서 봐."

서로가 사내연애가 금지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정말 조심 또 조심하면서 쫄깃쫄깃한 연애를 이어갔어요. 그렇게 두 달간 알콩달콩 하면서도 심장 조이는 연애를 하던 어느 날. 사장님이 우리 두 사람을 불렀어요.

"내가 두 사람 왜 불렀는지 알지?"

"두 사람이 데이트하는 걸 목격한 직원들이 한두 명이 아니야. 모르게 연애하려면 걸리지 말든가."

"죄송합니다."

"두 사람이 좋아 연애하는데 나한테 죄송할 건 없고, 헤어지거나 둘 중 한 사람이 회사 그만두거나 선택해."

"사장님 그건 좀... 저희 두 사람 절대 업무에 피해 가지 않도록 할게요. 연애 그냥 허락해주시면 안 될까요?"

"내가 이런 사태 일어날까봐 계약서에도 사내연애 금지 조항을 넣은 건데. 내가 두 사람을 봐주면 어떻게 되겠어?"

"사장님 부탁드려요. 아니면 회사 사람들한테는 그냥 헤어졌다고 할게요. 네?"

"사람들이 바보인 줄 알아? 어떤 말로도 설득 안 되니까. 두 사람이 어떻게 할지 결정해서 알려줘. 아, 그리고 계약 내용 어긴 두 달은 감봉 처리될 테니까 그렇게 알고 나가봐."
 
헤어질 수도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인 지금 정말 하루하루가 너무 살얼음판이에요. 사내연애 금지 조항이 계약서에 있었으니 정말 회사를 퇴사해야 할까요. 아니면 사랑을 확실하게 포기하고 일을 붙잡아야 할까요?

법적으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아, 이분들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무슨 아침드라마 내용 같은데요. 

사장님이 사내연애로 인해서 뭔가 문제를 겪은 경험이 있으신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요즘 사회와 동떨어진 조항을 계약서에 넣는 회사가 있는 건가요.

이 사안을 듣자마자 생각이 들었던 게 저희가 보통 공부할 때만 봤던 민법 제103조 있잖아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해서, 그게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많이 보지는 못했는데요.

'사내연애 금지'라는 근로계약서가 체결됐다는 이유만으로 그 계약 조항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제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이 조항에 대해서 민법 103조를 적용해서 무효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떻게 보면 사업주 입장에서는 내 사업장을 그렇게 운영하고 싶다는 것을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고, 사내연애 자체가 심술나서가 아니라 사내연애가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폐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니까.

그리고 충분히 입사하는 사람들도 그것을 양지를 하고 동의하는 취지에서 서명을 하고 들어왔으니까. 충분히 그것은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인텔 CEO인가요, 직원과 연애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조항이 있는데 그것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직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미국 같은 경우에는 계약자유의 원칙이 우리나라보다 보장이 되어있고, 특히나 해고라든지 그런 계약 해지가 좀 더 자유롭기 때문에 그런 게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강화된 근로기준법 하에서는 아무래도 사연자분의 사연에 따라서 계약서 조항대로 사직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연을 보내주신 분이 '선량한 풍속 103조라는 것 들어보셨어요? 이 계약 조건이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겁니다'라고 말씀드리면 사장님께서 '너희가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거다'라고 말씀하실 것 같긴 한데, 제가 봐도 감봉 처리나 해고 절차가 부당성이 있어 보이거든요.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의 기준이 있잖아요.

결국 근로기준법에서 부당해고를 금지하는 것이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는 건데요. 결국 정당한 사유가 무엇이냐가 중요한데요.

법에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근로자의 귀책이 있어야 한다'라고 보는데, 단순히 계약서에 사내연애 금지를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연애를 했다는 이유가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있는 재판부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엔 해고라는 것은 큰 불리이기 때문에, 감봉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어떤 일상 불이익을 가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정당한 이유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봤을 때, 사회 통념상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그런 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요.

과연 사내연애 금지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기고 사내연애를 했다는 것이 그런 정당한 이유에 해당할 수 있겠느냐.

근데 그것에 대해서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그렇게 폭넓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지금은 결국에 이런 조항을 두더라도 이것은 효력이 없다, 그래서 이것만을 이유로 해고를 한다고 한다면 그 해고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근로계약서를 꼼꼼히 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제가 취업하는 입장에서 근로계약서에서 아무리 이상한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대해 '사장님 이거 제가 동의 못하니까 이거는 빼고 사인하겠습니다'라고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기본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그런 조항은 없다고 보더라도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 조항이 아니더라도 그 조항을 두게 된 데는 사업주의 뜻이 있었을 텐데, 결국에는 이제 사업주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되니까.

현실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다른 이유,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이유를 들어서 또 어떤 불이익을 가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긴 합니다만 일단 조항 자체는 계약서에 있든 없든 기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게 맞겠습니다.

근데 이 사연을 보내주신 분께서 결국에 이 일로 해고가 되셨다고 한다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일단 우리 근로기준법에 비추어 보면 부당해고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는 제도가 있거든요. 쉽게 말해서 행정기관을 통해 이런 부당해고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에 따른 판단을 받고 재심 절차가 진행되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판단을 받게 되고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최종적인 판단에 비춰봐서 어느 한 당사자도 그것에 대해서 만족을 못 하면 결국 행정소송으로 진행이 되죠.

행정소송 1심, 2심, 3심을 거쳐서 그러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근로자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법적 분쟁을 이끌어가는 게 만만치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적당한 선에서 회사와 협의를 하거나 합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튼 이러한 절차가 있습니다.

가까운 노동청을 찾아서 이러한 억울함을 호소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 그 과정 속에서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요즘 사내연애 금지를 위반해서 해고를 당했다고 하면 오히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좀 지탄을 받을 것 같은데, 그런 차원에서 법 외적인 부분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된다면 그런 식으로 해결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봤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언론에 제보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고요. 또 하나 드는 생각은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넣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기본권 침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도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다 보면 언론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만약에 사장님께서도 이 방송을 보신다면 막연하게 사내연애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을 두시기보다는, 사실 숨기고 연애하려면 다 얼마든지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분들은 숨길 수 없는 마음이 크다 보니 직장동료들에게 들키게 된 것인데, 숨기고 연애하는 것까지 막을 수 없다면 사내연애를 함으로써 어떤 것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것을 오히려 구체적으로 명시를 하는 것이 나중에 법적 효력에도 문제가 안되고 부당해고 문제로도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계약서를 한번 고민을 해보시고 수정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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