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실종 33년 만에 정신병원에서 발견된 장애인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송인우 부장판사)은 정신장애 2급 홍정인(61)씨가 국가와 부산 해운대구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홍씨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위법 행위로 가족을 찾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가족과의 연락이 단절된 채 요양원·병원에 있던 홍씨가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은 분명하다”며 “홍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홍씨는 22살이던 1980년 1월 직장을 구하겠다며 집을 나간 뒤 같은 해 3월 광주에서 친언니에게 전화한 이후 소식이 끊겼다. 가족들은 홍씨가 광주민주화운동 무렵 사망했다고 보고 실종신고 등을 하지 않았다.

1982년 6월 부산에서 경찰에 발견된 홍씨는 부산 남구청 공무원에게 인계됐고, 남구청 측은 인적사항이나 가족관계 등을 정확히 말하지 못하는 홍씨를 정신병원에 수용했다. 홍씨는 지난 2013년 12월 부산 해운대구청의 신원미상 행려자 검색 과정에서 지문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고, 3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홍씨는 이후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경찰과 구청이 신원 확인과 연고자 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경찰청 예규에 따르면 국가는 1991년 8월부터 보호시설에 수용돼 있던 홍씨의 인적사항 등을 전산 입력하고 수배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국가가 해야 할 의무를 위법하게 하지 않았으므로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들이 상당한 비용을 들여 홍씨를 장기간 입원 치료하며 보호했고, 홍씨가 자신의 이름을 김씨로 말하고 인적사항이나 연고자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해 위자료 액수를 2천만원으로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이 2007년과 2008년 잘못된 방법으로 홍씨의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또 해운대구가 오랫동안 경찰에 홍씨 지문 조회를 요청하지 않아 신원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가의 배상 책임은 1991년부터, 해운대구는 2003년부터 발생한다고 봤다. 이전에는 근거 법령이 없어 홍씨의 신원을 확인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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