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고공 노동자②] "구명줄 매면 작업량 3분의 1밖에 못 채워"
[아찔한 고공 노동자②] "구명줄 매면 작업량 3분의 1밖에 못 채워"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11.28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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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능률 때문에 알면서도 안전규칙 안 지켜... "업체들 영세, 안전 뒤로 밀려"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은 그제 '작업줄' 외줄 하나에 의지해 위험천만하게 고층빌딩 청소나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을 하는 고공 외벽 노동자들의 작업 실태를 보도해 드렸는데요.

오늘(28일)은 어떻게 해야 안전한지, 안전규칙과 절차를 지켜 작업하는 고공 외벽 작업 현장을 보여 드리고, 이런 안전규칙이 현장에서 왜 지켜지지 않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률방송 현장기획 '아찔한 고공 노동자', 장한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아파트 외벽 페인트칠 노동자들의 작업 준비가 한창인 울산의 한 18층 아파트 옥상입니다.

수십 미터 허공에서 말 그대로 목숨을 내놓고 하는 작업.

작업자들의 생과 사는 작업줄과 구명줄, 두 줄에 달려 있습니다.

당연히 작업줄과 구명줄을 옥상 구석구석 꼼꼼하게 묶는 데서부터 작업 준비는 시작합니다.

옥상 돌기둥에 작업줄과 구명줄을 두세 번씩 감고, 줄도 여러 번 교차해 단단히 묶습니다.

만에 하나의 경우를 대비해 계단 기둥에도 작업줄과 구명줄을 함께 꼼꼼하게 매답니다.

[A 외벽 도색 노동자 / 선일산업개발]
"이거(구명줄) 안 하면 큰일 납니다, 요새. 이게(작업줄) 만약에 끊어지면 이것을(구명줄) 우리가 딱 차고 있거든. 그러면 여기에 걸린다고. 그렇게 되면 아무 이상 없어."

안전줄과 구명줄을 단단히 묶어 고정하고 구명조끼처럼 몸에 착용하는 안전대를 입고 안전고리에 구명줄을 연결하는 것까지 해야 아파트 외벽 페인트칠 기본적인 작업 준비가 끝납니다.

[B 외벽 도색 노동자 / 선일산업개발]
"반대방향 이렇게 해서 내려가는 것이지. 만약 내려가는데 (작업줄이) 잘못돼서 사람이 늘어지게 되면 이게(안전고리) 탁 걸립니다. 접혀져 있다가 젖혀진다고. 그럼 여기서(구명줄) 사람이 매달린다고. 이것이 안전보호, 보조줄입니다."

작업줄과 구명줄을 걸고 현장에선 '달비계'라고 불리는 작업용 간이의자에 페인트 등 작업 도구와 몸을 실으면 비로소 작업이 시작됩니다.

[B 외벽 도색 노동자 / 선일산업개발]
"자 나는 이제 내려갑니다."

일반 페인트칠과 달리 줄을 타고 고공에서 하는 아파트 외벽 도색은 나름 요령과 경륜이 필요한 숙련 작업입니다.

[B 외벽 도색 노동자 / 선일산업개발]
"이렇게 멀리 다리를 쫙 펴야 힘이 덜 들고 이렇게 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붙어버리면 칠하기가 어려워요. 이렇게 딱 버텨야 해. 딱 버티고 이렇게 밀어야 일하기가 수월하죠."

이들의 손길을 따라 누렇게 변색됐던 아파트 외벽이 꼭대기부터 아래로 차츰차츰 화사한 흰색으로 변해갑니다.

작업자들은 작업줄과 구명줄은 죽지 않으려면 반드시 매야 하는, 말 그대로 '생명줄'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C 외벽 도색 노동자 / 선일산업개발]
"(한꺼번에 묶는 거예요? 구명줄이랑 작업줄?) 네. 죽지 않으려면 묶어야 돼요."

두 줄보다는 한 줄이 작업 속도도 빠르고 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두 줄을 매야 하는 번거로움과 안전을, 작업 속도와 작업자의 생명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입니다.

[고재영 선일산업개발 울산지점 현장소장]
"저희들이 안전공단에서 항상 오면 현장마다 한 달에 한 번씩 안전점검을 받습니다. 안전이라는 것은 일하시는 분들도 생명이 달린 것이어서 안전을 안 지킬 수가 없어요. 그런 면에서..."

하지만 현장에선 이런 작업줄 외에 별도의 구명줄을 매라는 최소한의 안전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고공 노동자 추락사고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정부는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그때뿐, 좀 잠잠해진다 싶으면 노동자들의 줄은 어느새 다시 작업줄 한 줄로 돌아가는 게 현실입니다.

[D 외벽 도색 노동자 / K 회사]
"고용노동부에서 (구명줄 설치)하라고 하고부터는 안 한 적은 없어요. (그전에는요, 혹시?) 그전에는 그냥 내려갔죠. 줄 한 개만 가지고. 내려가는 것이죠."

이렇게 목숨까지 도외시하고 구명줄을 안 매고 작업줄만 매고 작업하는 이유는 결국은 비용, 돈 때문입니다.

일단 구명줄까지 두 줄을 매면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현장에선 ‘로밍’이라고 부르는 좌우 작업 반경이 3분의 1로 줄고,

[최금섭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노동안전국장]
"옆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세이프티 줄을 해버리면 '로밍'이 안 되는 거예요. 옆으로 로밍을 하면서 움직이면서 작업하는 것이 '10'이라면 세이프티 로프를 해버리면 한 '3분의 1'로 줄어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작업 속도도 엄청나게 늦는 거예요."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번거롭고 더뎌집니다.

[최금섭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노동안전국장]
"왜 그러냐 하면 그냥 흔히 말하면 작업줄만 차고 내려갈 때는 줄만 살짝만 당겨 버리면 내려가는데 그것(구명줄)은 위에 세이프티 로프에 안전고리를 빼서 그다음에 다시 내려서 다시 걸고, 이렇게 해야 되잖아요. 작업의 효율성, 작업의 능률 때문에 결국은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한정된 비용과 시간 안에 작업은 마쳐야 하고,

오늘도 어디선가 고공 외벽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구명줄도 매지 못하고 작업줄 하나에 매달려 목숨을 담보로 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어제도 부산에선 아파트 벽면 균열 보수 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수십미터 땅바닥으로 떨어져 아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공 외벽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대책 마련과 이를 강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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