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조작, 공정과 정의가 흔들리면 분노사회가 온다
'프로듀스' 조작, 공정과 정의가 흔들리면 분노사회가 온다
  •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9.11.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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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프로듀스X101’ 제작진들이 구속된 날, 딸의 첫마디는 “아니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거짓말이야”였다.

돈에 눈이 먼 어른들의 검은 거래 때문에 청년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땀과 열정’이 짓밟히는 현장을 목격하였다. 마음이 아팠다. 한없이 미안하였다. 그날 딸에게 난 어떠한 위로도 할 수 없었다.

‘프로듀스X101’이 내세운 최고의 가치는 '공정 경쟁'이었다. 국민 프로듀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한 국민들이 보낸 투표 수에만 의지하여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여기에는 사회적 신분이나 재력 등 어떠한 부정의 개입이 있을 수 없다. 피땀 흘린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있으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슬로건에 시청자들은 열광하였고, 기꺼이 투표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프로듀스X101’은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의해 철저하게 최종 순위가 미리 결정되어 있는 최악의 불공정 프로그램이었다.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말문이 막혔다.

공정과 정의가 흔들리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분노사회로 발전한다. 분노사회는 형사정책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소위 ‘묻지마 범죄’가 시작된다.

분노는 시기와 질투에서 시작되고 미움이라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나는 시도할 기회조차 없는데 특정 집단 누구에게는 그 기회가 너무 쉽게 그리고 자주 오는 경우, 기회의 불평등은 시기와 질투로 나타난다.

아빠 찬스와 엄마 찬스 때문에 만들어지는 기회의 불평등은 그렇다 치자.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불평등한 기회에 편승해 그 과정에서까지 반칙과 편법이 서슴없이 자행되는 경우 시기와 질투는 미움으로 변하게 된다.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반칙과 편법을 통해 획득된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사회에서 정당화되고 기득권으로 변질되는 순간 미움은 분노로 변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입시의 불공정성, 취업의 불공정성, 오디션 프로의 불공정성에 의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공정과 정의가 흔들리고 있다. 기회의 평등도 없고, 과정의 공정도 없고, 결과의 정의도 없다. 한 마디로 비상식을 넘어 초현실적인 세상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이라도 공정과 정의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분노사회에서는 더 이상의 꿈과 희망이 없다.

사실 기회의 평등을 가진 완벽한 나라는 없다. 하지만 국가는 ‘평균적 정의’가 아니라 ‘배분적 정의’를 통하여 기회의 평등이 이뤄지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과정이 공정하지 않으면 결과 역시 정의롭지 못하다. 정의롭지 못한 결과는 분노사회의 토대가 된다. 그러므로 공정의 문제에 반칙과 편법으로 참여하는 경우 국가는 절대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

가끔 국가가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바로잡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고,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 왜냐하면 이미 공정하지 않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정의롭지 못한 결과는 현실에 너무나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정의 공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어른들은 청년들에게 그들의 꿈과 희망을 이루어줄 수 있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하여야 할 것이다. /승재현<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 아동정책조정위원회 위원>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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