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고공 노동자①] '작업줄'과 '구명줄' 두 줄에 삶을 맡긴 사람들
[아찔한 고공 노동자①] '작업줄'과 '구명줄' 두 줄에 삶을 맡긴 사람들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11.26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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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시간 맞춰야지" 구명줄 안 매고... 아파트 도색 추락사만 3년간 25명

[법률방송뉴스] 고층 빌딩 청소나 아파트 도색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보면 아찔함이 절로 느껴지는데요.

이게 단순히 감정적인 아찔함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매년 추락 사망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법률방송은 오늘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고공 외벽 노동자 안전 실태에 대한 보도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법률방송 현장기획 '아찔한 고공 노동자', 오늘(26일)은 그 첫 번째 순서로 고공 외벽 노동자들의 위험천만한 작업 실태를 전해드립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역 부근 한 고층빌딩입니다.

청소 노동자들이 외줄 하나에 의지해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유리창과 벽을 닦고 있습니다.

각종 청소 도구를 갖춘 노동자 4명이 이렇게 외줄 하나에 의지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보기에도 위험천만해 보입니다.

현행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노동자의 몸을 묶는 '작업줄' 외에 별도의 '구명줄'을 달도록 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목숨을 구해주는 별도의 구명줄을 달라는 고용노동부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작업줄 하나만 달고 위험천만하게 고층빌딩 외벽 청소 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 도색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벽 도색 노동자분들이 사용해야 하는 줄은 총 두 줄입니다. 하나는 기본적으로 작업을 위해 필요한 작업줄, 다른 하나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구명줄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 안전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울산의 한 아파트입니다.

옥상에선 아파트 외벽을 새로 칠하기 위한 도색 작업 준비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입에는 담배를 물고 구명줄도 없이 작업줄 하나만 달고 그대로 허공으로 내려갑니다.

안전모도 쓰지 않고 외줄 하나에 의지해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울산의 또 다른 고층 아파트 외벽 페인트칠 작업현장입니다.

18층부터 지상 바로 위까지 작업줄 하나에 자신의 몸과 페인트, 페인트 분사기 등 작업장비들을 모두 매달고 아파트 벽을 칠하며 내려왔습니다.

등에 차고 있는 안전고리에 묶여 있어야 할 구명줄은 오간 데 없이 보이질 않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구명줄이라고 하는 것은 만약에 (작업)줄이 끊어졌을 때 그 사람이 추락하지 않도록 해주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것을 안 하고 작업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죠."

실제 지난 7월 울산에선 아파트 외벽 도색 작업을 하던 57살 최모씨가 작업줄을 걸어 놓은 장비가 부식돼 부서지면서 8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외벽 도색 노동자]
"저번에 추락사고, 중구 A 아파트 추락사고 이후에 노동부에서 강력하게 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구명줄 없이 작업줄 하나만 매달고 고층빌딩 청소나 아파트 외벽 작업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위험한 건 알지만 작업줄에 구명줄까지 두 줄을 달고 작업을 하면 작업반경도 좁아지고 거치적거리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작업은 마쳐야 돼서 그냥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줄만 달고 일을 하는 겁니다.

[외벽 도색 노동자]
"왔다 갔다 하려면 거치적거리거든. 거치적거려서 작업 반경이 좁아지고..."

지난 3년간 고층 아파트 외벽 도색 작업을 하다 사망한 노동자는 고용노동부에서 확인된 것만 25명입니다.

이 가운데 단 1명만 구명줄을 착용했는데도 사망했고 나머지 24명의 노동자들은 구명줄 없이 작업줄 하나만 매고 일하다 추락사하는 참변을 당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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