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코리아 "금품 의혹 제기에 법적 대응"... 소비자단체 등 "미쉐린 고발 검토"
한국관광공사 등 미쉐린과 5년간 20억 지원 계약... 법조계 "갑질계약 문제 소지"

 

지난 14일 서울 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발간회. 그웬달 뿔레넥(가운데)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선정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 14일 서울 비스타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발간회. 그웬달 뿔레넥(가운데)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선정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법률방송뉴스]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로 인정받는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 레스토랑 선정을 둘러싸고 금품 수수 등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미쉐린 코리아와 관련 레스토랑 및 소비자단체 등의 법적 분쟁으로 사태가 확대될 전망이다. 미쉐린 가이드 제작에 20억원을 지원해온 한국관광공사 등 정부 산하기관은 일방적인 '갑질 계약'을 당했다는 의혹과 비판을 받고 있다.

미쉐린 코리아는 26일 입장문을 내고 "(의혹을 제기한 레스토랑이) 미쉐린 가이드는 물론 관계된 레스토랑들의 명예와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왜곡된 내용에 대해 이의제기 등 대응 중이며 그 밖에 필요한 법적 대응도 검토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미쉐린 코리아는 "(금전 관계) 의혹이 제기된 컨설턴트는 미쉐린과 어떠한 계약관계도 없는 인물"이라며 "미쉐린 가이드는 컨설팅 활동을 하지 않으며 (스타 레스토랑) 선정의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쉐린 코리아는 브로커 의혹이 제기된 인물인 어네스트 싱어에 대해 "30년 이상 아시아 지역 와인 수입상으로 활동했다"며 "미쉐린 가이드 임원진이 다양한 업계 관계자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공식석상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이는 일상적 교류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

미쉐린 코리아는 또 어네스트 싱어와 유착 의혹이 제기된 미쉐린 가이드 내부 인물에 대해서는 "2016년 9월 개인적 사유로 퇴사한 직원"이라며 "퇴사 이후에는 미쉐린 가이드의 의사결정 과정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미쉐린 코리아는 지난 2016년부터 발간하고 있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과 관련해 각종 의혹에 휘말렸다. 이날 미쉐린 코리아가 입장문에서 밝힌 내용은 미쉐린 코리아 측이 국내 레스토랑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실리는 조건으로 유료 컨설팅을 제안, 수억원의 부적절한 컨설팅 비용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한식당 윤가명가의 윤경숙 대표는 지난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쉐린 코리아의 고위급 인물과 어네스트 싱어 등으로부터 미쉐린 가이드 최상위 등급인 '3스타'를 받는 조건으로 수억원의 컨설팅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제안을 거절하자 가이드북에서 자신의 레스토랑이 누락됐다고 말했다.

이어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낮은 등급으로 평가돼 "미쉐린 측에 심사 기준과 방법 등을 명확히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등재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등재됐다"며 미쉐린 가이드를 발간하는 미쉐린 트래블 파트너를 모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어 대표가 고소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성상헌)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어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을 제작하는 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식진흥원이 광고비 20억원을 지원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너무 많다"며 "미쉐린은 외식업 종사자들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소비자연대는 지난 12일 "한국관광공사가 미쉐린에 지급한 20억원의 법적 근거를 밝혀야 한다"며 미쉐린을 검찰에 고발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연대는 "별을 받은 식당들이 컨설팅을 받았는지 여부를 미슐랭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미슐랭이 엄격한 블라인드 심사를 통해 가이드에 등재되는 식당들을 선정한다고 믿고 식당을 찾는데, 소비자 기만 의혹이 제기됐다"며 "미슐랭의 해명을 보고 검찰 고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관광공사와 한식진흥원은 지난 2016년 '음식 관광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 '미쉐린 가이드 서울' 제작에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간 총 20억원을 절반씩 지급하기로 미쉐린 측과 계약했다. 그러나 한식진흥원은 올해부터 지급을 중단했고, 관광공사가 모든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 선정의 공정성, 신뢰성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관광공사 관계자는 "레스토랑 선정은 미쉐린에서 하기 때문에 우리는 전혀 모른다"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후 20억 지원 계약 문제는 우리도 법률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 기간인 5년 이후에는 추가 연장이 힘들지 않을까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관광공사가 미쉐린과 맺은 계약 내용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관광공사는 미쉐린의 성과나 위법 사항 여부를 따져 순위 선정 등에 문제가 있었다면 계약 금액을 돌려받거나 중간에 해지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계약 금액 중에 일부라도 계약 해지와 동시에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정상이고, 단순히 5년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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