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우리 주변 모든 생활현장에는 법이 존재하고,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야구 등 스포츠 현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김근확 변호사가 야구와 법 이야기를 '그라운드 속 법 이야기'에서 생생하고 흥미로운 칼럼으로 풀어드립니다. 김근확 변호사는 KBO 공인 선수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근확 변호사·KBO 공인 선수대리인
김근확 변호사·KBO 공인 선수대리인

얼마 전 ‘프리미어12’ 대회가 종료했다. 일본에게 결승전에서 진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쉽게 준우승으로 마무리했지만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라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이제 다시 우리 KBO 리그에 이목이 집중될 시기다. 한국시리즈 일정까지 마무리한 현재 KBO 리그는 일명 ‘스토브 리그'라 불리는 기간이다. 스토브 리그는 정규 시즌이 끝난 겨울철 각 구단이 팀의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선수 영입과 연봉 협상에 나서는 시기에, 팬들이 스토브(stove·난로) 주위에 모여 선수의 소식 등을 이야기하면서 흥분하는 모습이 마치 실제의 경기를 보는 것 같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시기 중 가장 핫한 이슈는 바로 FA(프리 에이전트) 계약일 것이다. FA 자격을 얻은 해당 선수 및 각 소속 구단은 이 문제로 고민이 많겠지만, 각 팀 팬들은 과연 어떤 좋은 선수가 FA로 팀을 옮기게 될지 흥미를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현재 KBO가 공시한 2020년 FA 자격 선수 24명 중 FA 권리 행사 승인을 신청한 선수는 총 19명이다.

FA란 선수계약 양도 방식 중 하나다. 메이저리그의 FA 제도는 파업과 직장폐쇄를 겪은 노사 대립 속에 선수 측이 쟁취한 산물이며,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1980년 일본프로야구선수회가 결성된 이후 메이저리그와 같은 FA 제도 도입을 주장한 끝에 1993년 도입됐고, KBO 리그는 1998년 12월 KBO 이사회에서 도입이 결정됐다.

KBO 리그의 FA 제도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 비해 제약이 심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KBO 리그에서 FA 자격 취득에 걸리는 연수는 FA 제도가 처음 시행된 당시 10년이었던 반면, 메이저리그의 경우 6년, 병역 의무가 없는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은 8년(해외 진출시는 9년)이다.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에 따라 이후 9년으로 줄어들었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선수는 나이를 고려해 해외 진출을 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현재 8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FA 보상규정 또한 강력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 등급에 따라 드래프트 지명권이 FA로 선수를 잃은 구단에 보상으로 돌아가며, 일본 프로야구는 보호선수 28명 외 보상선수 1명 및 선수 등급에 따른 보상금(FA 선수 전년도 연봉의 최대 50%)이다. 반면 KBO 리그에서는 보호선수 20명 외 보상선수 1명 및 FA 선수의 전년도 연봉의 200% 또는 보상금 300%다.

사실 이와 같은 FA 제도에서는 스타급이 아닌 선수가 FA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확실한 주전감이 아닌 FA 선수에게 거액의 지출을 감당할 구단이 많지 않아 실제 많은 선수들이 FA 자격을 취득하고도 권리를 행사하지 않게 된다.

실제로 이와 같은 규정 때문에 피해를 본 선수들이 있다. 한화이글스 소속이던 이도형은 2010년 시즌 뒤 KBO에 FA 자격 신청을 했다. 이도형은 통산 130홈런을 친 파워히터였지만 당시 27경기 출전에 그쳤다.

당시 FA 보상규정은 전년도 연봉의 300%와 18명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 또는 전년도 연봉의 450%였다. 여기에 당시 규약은 FA 자격 선수가 1월 15일까지 계약을 하지 못하면 자유계약 선수(임의탈퇴 선수와는 달리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신분)로 신분이 변경되도록 했다. 이름은 자유계약 선수지만, 1시즌 동안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다. 마감 시한도 비 FA 선수의 계약마감일인 1월 31일보다 보름 넘게 빨랐다. 이 조항 때문에 이른바 ‘FA 미아’가 생겨났다. 2006년 FA 차명주와 노장진이 이런 이유로 한 시즌을 뛸 권리를 박탈당하고 은퇴했으며 이도형도 2011년 1월 15일까지 계약을 하지 못했다.

이후 이도형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상의해 서울중앙지법에 ‘KBO 야구규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월 15일' 관련, 당시 규약 제161조와 FA 보상 관련 제165조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법원은 그해 8월 이도형의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즉, 제161조에 대해서는 이도형에 한해 적용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규약 효력정지 신청에 대해서는 “KBO의 재량과 각 구단의 자유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제165조 보상 조항에 대해서는 “해외 사례에 비해 과도하거나 불합리하지만 민법상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결정 이후 KBO는 2012년 6월, 당시 문제가 됐던 제161조의 “총재는 1월 15일까지 어떠한 구단과도 선수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FA선수를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한다. 단, FA 선수로 공시되어 자유계약 선수가 된 경우 그 선수와는 당해년도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규정을 개정했다.

개정 내용은 “총재는 1월 15일까지 어떠한 구단과도 선수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FA 선수를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한다”는 것이었다. 현행 KBO규약 제169조에서는 “FA 승인선수로 공시된 이후 미계약기간이 3년이 경과된 경우 총재는 해당 선수를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하며, 이 경우 해당 선수는 어느 구단과도 자유로이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까지 FA 총액 상한제, FA 등급제 도입 등 FA 제도의 개선과 관련하여 KBO 및 각 구단과 선수협회 간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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