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인권위원장 '성적 지향' 관련 성명 발표 강력 반발 "인권 역행, 엄중 우려"
여야 의원 40명, '차별 금지' 대상에서 '성적 지향' 제외 인권위법 개정안 발의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5일 열린 '혐오표현 대응 공동선언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권위 제공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5일 열린 '혐오표현 대응 공동선언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권위 제공

[법률방송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적 지향'을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차별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자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역행하는 시도"라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 소수자, 동성애자 이슈가 관련 법 제정 및 개정 문제를 놓고 논란이 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2007년 발의돼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이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권위법 등의 개정과 관련해 성적 지향 문제를 둘러싸고 '동성애 조장이냐, 동성애 혐오냐' 하는 논이 가열되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19일 성명을 내고 "안상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권위법 개정안은 편견에 기초해 특정 사람을 우리 사회 구성원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역행하는 시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현행 인권위법 제2조 3호는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출신 지역,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 재화의 이용 등에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 여야 의원 40명은 지난 12일 이 조항의 차별 금지 대상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한 인권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안 의원 등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성적 지향의 대표 사유인 동성애가 법률로 보호되면서 동성애에 대해 양심·종교·표현·학문의 자유에 기반한 건전한 비판이나 반대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인 양심·종교·표현·학문의 자유가 성적 지향 조항과 충돌하면서 법질서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법 개정안 발의에는 김진태, 주광덕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32명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이개호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황주홍 의원,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 우리공화당 조원진, 홍문종 의원, 무소속 김경진 의원도 참여했다.

개정안 발의 의원들은 또 "다수 국민들도 동성애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우리 사회의 전통과 건전한 성도덕을 보전하고 수많은 보건상 폐해를 줄이기 위해 차별 대상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은 대신 "현행 인권위법에는 '성별'에 대한 법적 정의가 누락돼 있다"며 "개정안에 성별을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를 말한다'는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이에 대해 "성적 지향은 개인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 이를 부정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의 중대한 침해"라며 "유엔 자유권위원회 등 국제 인권기구들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과 폭력을 금지하고 성 소수자 권리 보장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성별'의 정의에 대해서도 최 위원장은 "성별의 개념이 점차 확장되고 있고 대법원도 성전환자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성별을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다고 정의하는 것은 실존하는 성 소수자를 배제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개정안은 성 소수자 등 특정 집단을 헌법상 차별 금지 원칙 적용에서 배제하자는 것으로 인권위 존립 근거에 반하며, 인권사적 흐름에 역행하고 대한민국의 인권 수준을 크게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성적 지향은 인권위법상 차별 금지 사유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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