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립대 교수가 낸 면직 취소소송 손 들어줘
"대학 구조조정 규정, 적법한 요건과 절차 거쳐야"

[법률방송뉴스] 대학이 일방적으로 학과를 폐지한 뒤 담당 교수를 면직 처분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피고는 교원 징계를 심사하는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원고는 경북 소재 A 사립대 이 모 교수입니다.

이 교수는 1997년부터 이 대학 한 학과에서 전임강사를 거쳐 정교수로 근무해 왔습니다.

A대학은 2013년 대학 특성화를 이유로 이 교수가 속한 학과를 폐지하기로 결정하고, 이듬해부터 학생을 모집하지 않았습니다.

2017년 이 학과의 재적생이 0명이 되자, 대학 측은 지난해 2월 학과 폐지를 이유로 이 교수를 면직 처분했습니다.

이 교수는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습니다.

A대학은 2011년 제정한 '대학발전 구조조정에 관한 규정'을 학과 폐지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 규정은 매년 4월 1일 신입생 등록 인원이 모집정원 대비 70% 미만인 학과는 다음 연도에 폐과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 구조조정 규정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제정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설령 이 규정에 따르더라도 같은 상황의 다른 학과는 존속시킨 채 자신이 속한 학과만 폐지한 것은 형평에 반해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교원소청심사위는 이 교수의 청구를 기각했고, 이 교수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오늘(18일) 이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를 상대로 "폐과와 면직처분 취소를 받아들이지 않은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여러 폐과 대상 학과 중 특정 학과만 폐지하고 교수를 면직한 A대학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는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학과 폐지는 적법하게 제·개정된 규정에서 정한 폐과 요건을 충족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경우로 한정해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며,

"A대학은 2011년 '구조조정 규정'을 제정하면서 공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규정은 위법하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위법한 학과 폐지 결정에 근거해 이 교수를 물러나게 한 A대학의 처분 역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A대학은 학칙을 개정하기도 전에 이미 사실상 원고가 재직한 학과를 폐지하고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는 점에서 하자는 더욱 중대하다"며,

"폐과 기준을 충족한 다른 과들에 대해서는 폐과를 유예한 반면, 원고가 소속된 과만 폐지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은 앞서 지난 2017년 학과 폐지를 이유로 담당 교수를 일방적으로 면직 처분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사립대학이 학과를 폐지하고 그 이유로 교원을 직권면직하려면 학교법인 산하 다른 사립학교나 해당 사립대학의 다른 학과 등으로 교원을 전직발령 내지 배치전환함으로써 면직을 회피하거나 면직 대상자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대학의 교수 면직 처분에 제동을 거는 법원의 잇단 판결.

급변하는 교육환경에서 이제는 상시화된 대학 구조조정도 반드시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교원 신분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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