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무죄" 메시지, 검찰과 수싸움, 다른 선택지 없어... 검찰 주중 재소환

[법률방송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어떻게 방향을 잡을까.

조 전 장관이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며 앞으로도 검찰 조사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가운데, 이번주 중 검찰의 조 전 장관에 대한 1~2차례 추가 소환조사가 그에 대한 신병 처리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조 전 장관을 이번주 중 추가 소환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이 지난 14일 검찰에 출석해 8시간 동안 조사를 받으면서 내내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조 전 장관은 향후 재판에서 양형의 불리, 심지어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의 위험성까지 무릅쓰고 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을까. 크게 3가지 해석이 나온다.

첫째는 조 전 장관이 지지자들에게 "나의 무죄를 믿어달라"는 취지로 던진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방효석 변호사(법무법인 우일)는 “이 사건에서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선처롤 호소해 양형을 줄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조 전 장관의 진술거부권 행사는 정치의 영역”이라고 해석했다.

일반적으로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경우 검찰 입장에서는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그대로 기소할 수 있게 된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직접 조사하지 않고 1차 기소했던 것이 그런 경우다. 이는 피의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방어권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검찰과 법원에서 반성의 여지가 없다고 해석돼 양형에도 매우 불리해진다.

사모펀드 및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의혹 등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까지 받고 있는 조 전 장관이 끝까지 혐의를 부인할 경우 구속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뇌물수수 혐의는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할 경우 수뢰자와 증회자 간에 입을 맞출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구속되는 경우가 많다.

통상 부부 중 한 명이 구속돼 있을 경우 다른 배우자는 불구속 기소하는 것이 검찰의 관례지만 조 전 장관의 경우 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도 없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지난 14일 조사 후 “(검찰 조사에)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줄곧 가족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11일 부인 정경심 교수가 기소된 직후에는 페이스북에 “참담한 심정이지만 진실이 밝혀지고 저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조 전 장관이 검찰 신문에 답변하는 것과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 사이의 득실을 철저하게 계산한 끝에 진술거부권을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차명 투자, 자녀 입시비리,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부인 정 교수의 총 15개 혐의 중 상당 부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더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조 전 장관의 혐의에 대한 증거를 검찰이 히든 카드로 확보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달 정 교수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의 직위를 이용해 총 66억5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정 교수를 고발했다. "WFM 대표 우모씨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에 55억원 상당의 주식을 무상으로 준 것은 대가성 금품"이라는 것이 이 단체의 주장이다.

또 가로등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출자금 23억원 중 10억원이 사채시장에서 현금화돼 익성을 거쳐 정 교수에게 전달된 점도 문제삼았다. 코링크PE가 정 교수의 친동생에게 매월 800만원 씩 총 9억3000만원을 지급했는데, 이것 역시 제3자 뇌물 혐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부분은 정 교수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에서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조 전 장관이 검찰 신문에 섣부르게 해명했다가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엇갈리거나, 또 다른 혐의가 드러날 경우 더 곤혹스런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조 전 장관이 사실상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닫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변호사 K씨는 “조 전 장관은 말을 해서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이 말을 안 해서 얻는 불이익보다 더 크다”며 “지금은 양형 불이익이 문제가 아니다. 진술거부권이 조 전 장관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방현석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8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준비한 방대한 분량의 질문을 일일이 듣고 각각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조 전 장관은 검찰이 사건을 어디까지 살피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검찰이 가진 패를 가늠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방 변호사는 “물론 검찰도 핵심적 증거는 조사 과정에서 묻지 않았을 것”이라며 “서로가 수 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피의자는 사실관계의 일부는 인정하면서, 과실이었다든가 범행과정 등 자신의 혐의가 부풀려졌다는 식으로 혐의를 덜려고 호소하는 방식으로 수사에 협조한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의 경우 사모펀드 비리나 자녀 입시비리와 관련해서 변명할 여지가 정말로 없었기 때문에 진술을 거부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3가지 해석 중 어떤 이유에서건 조 전 장관이 끝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검찰 수사도 당연히 지장을 받게 된다. 법조계 인사들은 그 지장의 정도는 검찰이 객관적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최종적 유무죄 판단은 당사자의 진술과 계좌내역, 통화내역 및 관련자 진술 등 객관적 증거를 총체적으로 고려해 내려지기 때문이다. 

임광훈 변호사(합동법률사무소 영우)는 “부부 간에 돈이 몇천만원이 오갔는데 용처를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며 “몰랐다고 해도 재판에서는 통하기 힘들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변호사는 “뇌물 사건에서는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검찰로서는 계좌내역과 통화내역 등 객관적 증거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K변호사도 “일반적으로 뇌물죄의 경우 당사자의 자백이 없을 경우 수사가 쉽지 않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의 경우 업무 범위가 광범한 민정수석의 지위에 있었던 이상 직무관련성 인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검찰로서는 이득이 오간 객관적인 정황 포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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