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오현교 변호사는 최신 개봉 화제작인 '조커'를 통해 관련 가족법 쟁점 등을 다룹니다. /편집자 주

 

오현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오현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만약 아서가 토마스 웨인의 친아들이었다면 아서가 토마스 웨인에게 아들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 어떠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했을까요.

우선 아서의 엄마는 토마스 웨인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처럼 토마스 웨인이 자신이 친부가 아니라고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서는 혼인 외 출생자에 해당하므로 토마스 웨인에게 인지 청구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인지 청구소송이란 ‘부모가 혼인 외의 출생자를 자신의 자녀로 인지하지 않는 경우에 그 혼인 외의 출생자를 친생자로 인지해 줄 것을 법원에 청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인지 청구권자는 자녀와 그 직계비속 또는 그 법정대리인인데요. 아서 본인 또는 아서의 엄마가 토마스 웨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지 청구소송은 언제든지 제기할 수 있도록 되어있지만 인지 청구를 당하는 부 또는 모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됩니다(민법 제864조).

영화 후반부에 토마스 웨인과 그의 아내가 삐에로 분장을 한 괴한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사망하기 때문에 만일 아서 또는 그의 엄마가 토마스 웨인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날로부터 2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만 합니다.

인지 청구는 보통 과거 양육비 청구소송 전에 이루어지게 되는데요. 양육비를 청구하는 데 있어서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과거의 양육비는 물론 장래 양육비까지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토마스 웨인 같은 대단한 자산가에게 양육비를 청구하게 되면 더 많은 액수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그렇다’입니다.

양육비 산정에 있어서 참고할 수 있는 기준표에는 부모의 합산소득과 자녀의 나이에 따라 양육비의 차등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 합산소득이 900만원 이상이고 자녀의 나이가 5세라고 한다면 산정기준표에 따른 양육비를 참고했을 때 월 192만4천원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부모 합산소득이 제일 낮은 구간인 0~199만원에 해당하는 양육비인 54만6천원과 3배 이상 차이 나는 금액이네요.

만약 아서와 그의 엄마가 토마스 웨인으로부터 정당한 양육비의 대가를 지급받아서 생활했다면 최소한 아서는 빈민가에서 광대 아르바이트를 하며 각종 고초를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도 아서가 토마스 웨인의 친아들일 때 성립할 수 있는 것이겠죠.

조커를 다룬 영화들의 특징으로 ‘믿지 못할 화자’라는 점을 꼽게 되는데요. 조커라는 캐릭터는 원작 만화와 이후의 영화들 속에서 거의 80년 가까이 이러한 컨셉을 유지했습니다. 그 어디서도 조커의 진짜 과거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 ‘조커’에서는 과거를 알 수 없는 캐릭터의 과거, 즉 조커의 탄생을 이야기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 셈인데 너무나도 훌륭하게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말하자면 조커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 나서도 그 누구도 조커의 탄생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끔 한 것이죠.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필자는 아서가 토마스 웨인을 만나러 간 장면에서 토마스 웨인이 아서를 모욕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대신 아들로 인정하고 ‘미안하다 그동안 힘들었지’ 하며 포옹해주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아서는 조커가 되는 대신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되었다면 아마도 범죄의 도시로 상징되는 고담 시티에 조커라는 희대의 악당이 한 명 줄어듦으로써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내리쬐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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