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자진 사직한 것처럼 보여도 고용주 일방적 의사에 의한 것... 해고 해당"

[법률방송뉴스] “식당이 실패한 것 같다. 일 해도 월급을 못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식당 주인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종업원들이 전부 식당을 그만뒀습니다.

자진 사직일까요, 사실상 해고일까요.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강원도 원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김모씨라고 합니다. 

김씨는 2016년 11월 30일 전모씨 등 종업원 4명에게 “식당 운영에 실패한 것 같다. 12월엔 월급마저 지급을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다음날에도 김씨는 비슷한 취지로 “더 좋은 곳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종업원 4명은 모두 바로 일을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전씨 등 종업원 4명은 2016년 12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지청에 해고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진정을 냈고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근로기준법은 해고 한 달 전에는 통보를 하도록 하고 있고 한 달 전에 통보하지 못했을 경우 한 달 치 임금을 해고수당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판에선 해당 문자가 해고 통보에 해당하는지, 해고라면 해고 대상이 특정이 되는 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1·2심은 해당 문자를 해고 통보로 보기 어렵다며 식당 주인 김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김씨가 직원 중 그 누구에게도 명시적으로 '그만두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직원 일부를 해고하려는 의사가 있었을지라도 해고될 사람이 누구인지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게 1·2심재판부 판단입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하지만 오늘 1·2심 판결을 뒤집고 종업원들 손을 들어줬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전씨 등이 자진해 식당을 그만둔 것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 김씨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직하게 한 것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계속 일해도 월급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건 일방적으로 해고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고 판시했습니다.

해고자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김씨 주장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식당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이 필요했다면 직원 중 해고할 사람을 특정했어야 함에도 근로자들의 선택에 맡기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직원 모두에게 자진 사직을 유도했다”며 김씨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대법원 오늘 판결은 고용주가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면 자진 사직 형식으로 나갔더라도 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식당이 실패했다”며 직원들을 내보낸 식당 주인도, 한달치 해고수당이라도 받아보려는 종업원들도, 경기불황 그늘의 차가운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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