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 상반된 댓글들... "변호사시험 제도 개선 외에는 답 없다"

자료출처 법무부

[법률방송뉴스] 지난 10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로이너스 플러스’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한 'N수생'의 극단적인 선택을 애도하면서, 출신 로스쿨과 동기들에게 부고를 알려야 할지 알리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내용이었다.

'N수생'은 변호사시험 응시 횟수가 2회 이상 되는 로스쿨 출신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처음 변호사시험을 치르는 '초시생'의 반대어 격이다.

지난 6일 5번째 로스쿨 재학생 자살이 법률방송뉴스 단독 보도로 알려진 지 나흘 만에, 로스쿨 졸업생이 다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관련기사: 로스쿨 재학생 5번째 자살... 무엇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http://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25626)

사망한 로스쿨 졸업생과 고교 동창 사이로 부고를 접했다는 이 변호사의 질문에는 “당연히 알려야 하지 않느냐”는 댓글만큼 “고인의 뜻과 유족의 명예감정을 헤아려 알리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들이 달렸다.

'부고를 알리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댓글이 왜 달리는지, 로스쿨 분위기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로스쿨에는 N수생 비하, '응시금지자' 비하가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응시금지자는 '변호사시험 응시 5회 제한' 때문에 더이상 응시할 수 없는 이들을 가리킨다. 5번 시험을 보고 탈락했다 해서 '오탈자'라고도 한다.

해가 갈수록 낮아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응시금지제도 때문에 로스쿨 재학 동기들은 서로를 교우이기 이전에 경쟁자로 인식한다. 선후배 관계도 다르지 않다. 졸업과 동시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선배이기 이전에 N수생이 되고 만다.

초시생에게 N수생은 ‘자신들이 되기 싫은 모습’이자, 응시 인원만 늘려 초시생들의 합격률을 떨어지게 만드는 수험 장애물일 뿐이다.

이런 분위기는 누구도 N수생, 변시낭인이 되기 싫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선까지 떨어지고 5회 응시금지 제도가 있는 한 로스쿨 시스템에서 학생들이 서로를 선뜻 배려하기는 힘들다.

학기 중에는 "N수생이 청강을 하는 것이 짜증난다"는 글이 로이너스 플러스나 '애프터 로스쿨' 등의 커뮤니티에 늘 올라온다. N수생들이 졸업 후에도 학교 시설을 이용하면 도서관 등 모든 인프라가 수용인원을 초과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 대다수의 N수생은 3수 이상이 되면 초시생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학교를 떠나 혼자 공부하게 되거나, 사교육에 의지하게 된다. 변호사시험 출제위원인 로스쿨 교수들의 출제 경향을 따라잡는 데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다. 응시제한에 걸리는 두려움에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까지 더해져 수험 스트레스는 배가된다.

최근에는 변호사시험에 2~3차례 응시한 뒤 합격이 되지 않으면 바로 시험을 포기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를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며 응시금지자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5년을 투자하고도 불합격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포기했다면, 법무부의 산정 방식은 오탈자 숫자를 줄이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2019년 기준 법무부가 산정한 변호사시험 응시금지자는 441명이지만, 사실상 오탈자 수는 1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응시금지 제도는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라는 전제 하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합격률이 50% 정도에 불과한 자격시험은 없다. 다시, 변호사시험 제도를 고민하고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이런 황폐화된 로스쿨 환경, 변호사시험의 문제점 때문에 로스쿨 졸업생들의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이도 극단적 선택을 한 동기의 부고를 알려야 하마 말아야 하나까지 망설인 것이다.

로이너스 플러스에 올라온 글에는 심지어 "No pain, no gain"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만한 고통도 참지 못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바랬냐’는 일종의 비아냥이다. 이 댓글에는 곧바로 "정신병자"라는 재댓글이 달렸다.

글을 게시한 이는 이후 “유족의 의사를 물은 결과 알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친구가 심각한 수험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 같다”며 게시글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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