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영화 '시'에 출연했을 당시의 배우 윤정희. /유튜브 캡처
2010년 영화 '시'에 출연했을 당시의 배우 윤정희. /유튜브 캡처

[법률방송뉴스] 원로배우 윤정희(75)가 10년째 알츠하이머로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영화 팬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이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윤정희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지난 10일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 소식을 전했다. 

백건우는 "아내에게 10년 전 시작된 알츠하이머 증상이 심각해졌다"며 "안쓰럽고 안된 그 사람을 위해 가장 편한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고백했다.

"결혼생활 40년 동안 모든 해외공연까지 함께 다니면서 아내와 떨어져 지낸 적이 없다"는 백건우는 "아내의 간병을 도맡아왔지만 아내도 너무 힘들어하고 도저히 둘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올 초에 한국에 들어와서 머물 곳을 알아봤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사람이라 머물 곳을 찾기 쉽지 않았고 고맙게도 딸 진희가 돌봐줄 수 있겠다 해서 옆집에 (생활에 필요한) 모든것을 가져다 놓고 평안히 지낸다"고 말했다. 윤정희는 현재 딸과 함께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지내고 있다.

백건우의 설명에 따르면 윤정희는 딸을 못 알아볼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백건우는 "아침에 일어나면 접시에 약을 골라서 놓고 먹을 걸 다 사와서 먹여주고 했다"며 "그 사람이 요리하는 법도 잊어서 재료를 막 섞어놓기도 했고, 밥 먹고 치우고 나면 다시 밥 먹자고 하는 정도까지 됐었다"고 말했다.

백건우에 따르면 윤정희는 딸을 봐도 자신의 막내동생과 분간을 못했다. 그는 "처음에는 나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백건우는 또 "아내는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냐'고 묻는 식이었다. '30분 후 음악회가 시작한다'고 하면 '알았다' 하고 대답해 놓고서 도착하면 또 잊어버린다.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한 100번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며 윤정희의 상태를 언급했다.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시작된 시기는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출연할 무렵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희는 당시 긴 대사는 써놓고 읽으면서 연기했고, '시' 촬영 이후 한 작품을 더 하기 위해 시나리오도 봤지만 쉽지 않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정희는 공교롭게도 영화 '시'에서 치매로 기억이 망가져 가던 주인공 미자 역을 맡았다. 15년 만의 영화계 복귀였다. 이 작품으로 그해 칸 영화제에 초청됐고,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받았다. 

딸 진희씨는 어머니의 병을 세상에 알린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요즘도 '오늘 촬영은 몇시야'라고 물을 정도로 배우로 오래 살았던 사람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사람이다. 이 병을 알리면서 엄마가 그 사랑을 다시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엄마에게 사랑의 편지를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지금 엄마에게는 그것이 정말 필요하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