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교통 흐름 방해 안되게 필요한 조치 해야"
"명함, 연락처만 주고 가면 뺑소니로 처벌될 수도"
▲유재광 앵커= 추돌사고를 낸 뒤 현장에 차량과 휴대폰 번호를 남겨두고 현장을 이탈했어도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 뺑소니 얘기해 보겠습니다. 남 변호사님, 사건 내용부터 볼까요.
▲남승한 변호사= 네, 화물차 운전기사 53세 이모씨입니다. 2018년 2월경에 용인시 이면도로에서 음주상태로 자신의 화물차량을 운전하다가 진행방향 왼편에 주차돼 있던 화물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차가 움직이지 않자 자신의 화물차를 도로 가운데 그대로 세워놓고 그냥 집에 갔는데요. 그 뒤에 차량 통행이 어렵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집으로 출동했습니다.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도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그리고 음주측정 거부로 기소됐습니다.
▲앵커= 이게 사고 후 미조치가 뺑소니랑 같은 건가요. 조금 다른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흔히 요즘 사고 후 미조치도 뺑소니로 많이 기재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법률적 용어는 아닙니다만 뺑소니는 인사사고가 난 경우 구조하지 않는 것을 얘기합니다.
그래서 특가법상 도주치상과 도주치사를 굳이 말하면 뺑소니라고 하고요. 그것에 해당하지 않는 대물사고만 내고 조치하지 않은 경우 '사고 후 미조치'라고 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고 후 미조치, 법원 판단은 어떻게 나왔나요.
▲남승한 변호사= 일단 1심의 경우에는 두 가지 혐의를 다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해서 항소했는데 항소심에서는 사고 후 미조치와 관련해서 주정차된 차량의 경우에는 인적사항만 제공하면 됩니다.
이른바 '문콕' 사고 등 주정차된 차량의 경우엔 주행 중 사고와 달리 사고 후 미조치가 아니라,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죄를 따로 적용해서 사고 후 미조치보다 훨씬 경미하게 처벌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2심 법원은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죄에 해당하지 사고 후 미조치가 아니다"라고 해서 무죄를 선고했고요.
대법원에서는 인적사항 미제공에 해당하는 조항이 아니라 사고 후 미조치와 관련해서 해야 될 조치는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인데 이때 필요한 조치에는 교통상황이나 이런 것에 저해되지 않는 조치도 포함된다고 봐서 사고 후 미조치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앵커= 이게 조금 사고가 커서 그렇지 예를 들자면 이른바 '문콕', 주차장에 정차돼 있는 것, 이런 것도 그러면 다 조치를 해줘야 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그게 사고 후 미조치에 예전에 그대로 포함돼 있었는데 그렇게 하면 너무 과한 처벌을 하는 게 되다 보니까 주정차된 차량의 경우에 주정차된 차량에만 손해가 난 것이 분명하면 인적사항만 제공하면 되고요.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았을 때는 처벌의 강도가 아주 낮게 떨어져 있고 처벌하는 조문도 따로 있습니다.
▲앵커= 이게 예전에 골목길을 지나가다 예를 들어 아이를 쳤다, 그랬는데 외관상 다쳐 보이지도 않고 아이도 괜찮다고 해서 그냥 갔다, 이런 경우에도 뺑소니가 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그런 경우에도 지금 현재 도주치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고의 경위나 내용, 피해자의 나이, 상해 부위와 정도 이런 것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조치를 했는가 안 했는가를 따집니다.
그런데 어린아이나 이런 경우에는 툴툴 털고 일어나면서 괜찮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판단이 정확하지 않을 수가 있기 때문에 아이의 말만 믿고 자리를 이탈했다면 사고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것이 됩니다.
도주한 것이 되지 않으려면 아이의 부모에게 연락하거나 경찰에 신고하거나 해서 아이가 충분히 필요한 조치를 받도록 해줘야 하는 건데요. 그게 아니고 그냥 아이만 돌려보내고 나중에 아이가 부모에게 얘기해서 사고현장에 어떤 차량이 왔었는지 알게 되면 그 경우 도주치상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앵커= 이게 아이든 어른이든 같은 경우에 예를 들자면 명함이나 연락처를 주고 이상이 있으면 연락하시라, 이렇게 하고 간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요.
▲남승한 변호사= 일단 사고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되는데요. 피해를 입은 분이 보행을 하기가 어렵다거나 이렇게 된다면 연락처만 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그것은 필요한 조치가 아닌 것입니다. 본인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구급차를 부르거나 또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되는 것이고요.
그게 아니고 성인인데 충분히 걸을 만해 보이고 나중에 연락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겠다고 할 때 상대가 동의한다면 그 경우에는 성인은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으니까 연락처를 주고 필요하면 나중에 보험사랑 손해배상 합의를 한다거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의 경우에는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스스로 자기의 상해 정도를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교통사고를 당해서 경황이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아이의 말만 믿고 그냥 연락처만 주고 보내는 것 이것은 곤란하게 될 수 있습니다.
▲앵커= 일단 대물이든 대인이든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나중에 혹시라도 억울한 일을 안 당할 수가 있을까요.
▲남승한 변호사= 보험회사에 연락하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 구호조치가 필요하다면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병원에 연락을 하든 구급차를 부르든 해야 하고요. 특히 아이라고 한다면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앵커= 네, 아무튼 뺑소니로 안 몰리려면 무조건 보호자에게 연락을 해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