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합병 승인 "3년 만에 시장 구조적 변화,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 심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법률방송뉴스]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방송·통신업계 거대 기업들의 결합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KT와 SK, LG 통신3사 위주로 급격히 재편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10일 "IPTV 업체인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각각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티브로드(계열사까지 3개사), CJ헬로의 주식을 취득하는 건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CJ헬로 발행주식 50%+1주를 CJ ENM으로부터 취득하는 계약을, SK브로드밴드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SK텔레콤과 티브로드 지분 79.7%를 소유한 태광그룹은 지난 5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계약 사실을 각각 공정위에 신고했다.

약 8개월 만에 2건이 모두 공정위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당초 이들 거대 업체가 합병할 경우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디지털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과 8VSB 시장(아날로그방송 가입자 상대 디지털방송 전송 서비스)에서 소수 기업의 영향력 즉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고, 유료방송 수신료 인상과 채널 수 축소 등 '경쟁 제한' 가능성도 우려됐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요소에도 불구하고 결합을 승인한 배경에 대해 "방송·통신 융합 산업이 발전하는 대세를 수용하고, 사업자들이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2022년 말까지 케이블TV 수신료를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 금지 ▲케이블TV 전체 채널 수와 소비자 선호 채널을 임의로 줄이거나 폐지 금지 ▲고가형 방송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등을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2016년 7월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은 "양사 결합은 유료방송 시장, 이동통신 도·소매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며 인수합병 금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3년 만에 거대 방송·통신 기업들의 합병을 승인한 데 대해 조 위원장은 "2016년과 2019년 사이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유료방송 시장이 디지털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IPTV 가입자 수는 이미 SO 가입자 수를 추월했고, 아날로그 케이블 TV 송출은 속속 종료되고 있다"며 "IPTV나 디지털 케이블TV 등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에서 8VSB 시장으로 소비자가 이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만큼 유료방송 시장 안에서도 세부 시장이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방송시장 재편 필요성은 또 케이블TV 수익성이 악화되고 2008년 등장한 IPTV 역시 가입자와 매출이 둔화되는 등 전통적 방송매체 이용이 정체한 상황에서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서비스 이용자는 급증하는 등 시장이 급변한 것도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공정위는 이 밖에 1위 통신사업자 SK텔레콤과 3위 LG유플러스의 시장 지배력 차이 등도 2016년과 심사 결과가 다른 이유의 하나로 꼽았다.

공정위 승인을 받은 유료방송 M&A는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허가를 거치면 최종 결정된다.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와의 합병 기일을 내년 3월 1일로 예정하고 추진 중이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연내 완료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심사 결과에 대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감안한 공정위의 전향적 판단을 존중한다"며 "합병 법인은 IPTV와 케이블TV의 성장을 도모하고,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 협력 기업과 상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하며, 조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유료방송 시장의 소비자 선택권 확대뿐만 아니라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안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의 M&A 절차가 완료되면 유료방송 시장은 현재 IPTV와 케이블TV의 '1강 4중 체제'에서 통신사가 주도하는 '3강 체제'로 재편된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 1위 사업자인 KT(IPTV)와 KT스카이라이프 합산 점유율은 31.1%다. 2∼6위가 SK브로드밴드(14.3%), CJ헬로(12.6%), LG유플러스(11.9%), 티브로드(9.6%), 딜라이브(6.3%) 순이다.

이번 재편으로 LG유플러스·CJ헬로의 합산 점유율이 24.5%,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합산 점유율이 23.9%가 돼 2, 3위 순위가 바뀐다. 1위 KT와의 점유율 격차는 6% 정도로 좁혀진다.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던 KT는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잠정 중단한 상태다. KT는 대신 디스커버리 제휴, AI 기반 IPTV 서비스 개편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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