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표본 추출은 영업비밀"... CNN "ARS 응답률 4%, 보도 안 해"

[법률방송뉴스] 세상에는 세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통계"입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당시 총리를 지낸 벤자민 디즈데일리가 한 말로, 통계의 허구성이나 조작 가능성 등을 언급할 때 종종 인용되는 말입니다.

'여론조작 공화국' 그 세 번째, 오늘(8일)은 여론조사의 허실과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오늘 포털 실시간검색어에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한때 1위를 차지하는 등 순위를 오르내렸습니다.

많은 언론들이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등 이번 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언론들은 이날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3주간 지지율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나 이를 인용한 보도들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지난 9월 셋째 주부터 오늘 발표된 11월 첫째 주까지 7주간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입니다.

9월 9일 조국 법무부장관 취임 다음주인 9월 셋째 주 45%였던 지지율은 9월 넷째 주47%로 올랐다가 10월 첫째 주 44%, 10월 둘째 주 41%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한국갤럽의 같은 조사결과는 9월 셋째 주 지지율 40%에서, 41%, 42%, 43%로 4주 연속 완만하지만 계속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국내 대표적 여론조사기관 두 곳의 조사결과가 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조국 장관이 사퇴한 10월 셋째 주 여론조사 결과도 리얼미터는 전 주 41%에서 45%로 크게 상승한 반면 한국갤럽은 전 주 43%에서 39%로 뚝 떨어져 전혀 상반된 흐름을 보였습니다.

특정 시점의 조사 결과가 양대 기관 간 차이가 나는 건 둘째 치고 '흐름과 경향을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기관에 따라 달리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10월 넷째 주에서 11월 첫째 주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의 모든 언론들이 오늘 리얼미터 조사결과를 인용해 문 대통령 지지세가 꺾였다는 기사를 쏟아낸 것이 무색하게 한국갤럽 조사결과는 전 주 41%에서 이번주 45%로 지지율이 뛰었습니다.

과연 여론조사 결과와 그 결과를 인용한 보도들을 액면 그대로 신뢰할 수 있겠냐는 지적과 비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류정호 팀장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선거여론조사 심의분석팀]
"대체적으로 지금 전문가 사이에서도 그렇고요. 두 조사 간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조사방법상에 있어서 차이에서 발생이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런 얘기는 많이 합니다."

결국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있냐 여부는 두 가지 측면을 묻고 따져봐야 합니다. '질문을 어떻게 했느냐'와 '누가 답변을 했느냐' 이 두 측면입니다.

◆ 여론조사의 문제점 ①질문 문항

같은 내용이어도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찬반과 호불호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공수처 관련 리얼미터는 지난달 21일과 30일 두 차례 찬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21일 조사에선 찬성 51.4%, 반대 41.2%였던 조사 결과가 30일 조사에선 찬성 61.5%, 반대 33.7%로 불과 9일 만에 찬성 답변이 10.1%포인트나 뛰었습니다.

문제는 질문 문항이었습니다.

21일엔 "검찰개혁의 핵심이라는 입장과 대통령 권력 강화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데 공수처 설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30일엔 "대통령, 국회의원, 판사, 검사 등 고위공직자들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공수처 설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통령 권력 강화'라는 부정 문구가 사라지고 '고위공직자 범죄 독립적 수사'라는 긍정 문구가 대신 들어간 겁니다. 결과는 공수처 설치 찬성 10.1%포인트 급상승이었습니다.

[이양훈 칸타코리아 이사]
"질문지를 한번 보세요. 이게 4점 척도가 아니라 그냥 '잘하고 있다' '잘못하고 있다' 이것만 다짜고짜 돼 있고 희한하게 만들어놨네..."

◆ 여론조사의 문제점 ②응답률

질문문항이 '어떻게 묻느냐'와 관계된다면 응답률은 '누가 답하느냐'와 연관돼 있습니다.

일단 전화조사의 경우 그나마 응답률이 15% 안팎인 데 반해 자동응답 ARS 조사는 4% 정도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20명 전화를 걸면 그중에 1명 정도나 응답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조사해야 할 표본 숫자는 정해져 있고 응답해주는 답변자를 찾아가다 보면, 특히 정치적인 사안의 경우 열성 지지자들이 설문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과대 표집' 논란으로 전화 여론조사, 특히 ARS 조사는 표본 대표성이 오염돼 중도층 등 정확한 여론 반영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여론조사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비용을 이유로 ARS 여론조사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미국 CNN방송은 향후 대선에서 ARS 방식 전화 여론조사 결과는 인용보도하지 않겠다고 지난 7월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양훈 칸타코리아 이사]
"ARS는 약간 적극적인 사람들, 약간 양극단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이 잡히는 거 아니냐. 그러다 보니까 조국 사퇴한 날 나온 것도 사퇴하자마자 한 발표에 리얼미터 것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갔잖아요. 여론에 더 빨리 반응을 하는 게 아니냐. 왜냐 하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우리 한국조사협회, KORA 회원사에서는 ARS 자동응답 방식을 사용하지 않아요."

◆ 여론조사의 문제점 ③표본 추출

그 밖에 표본 추출 자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표본 추출 방식 등에 대해 일절 비밀로 유지하고 있지만 과연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본이 추출됐느냐 등에 대한 의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A 여론조사업체 관계자]
"편향돼서 조사하고 있지는 않아요. 조사기관마다 조사방법도 다르고 조사기한도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고요. 표본도 다르기 때문에..."

현대 대의정치 민주주의는 여론조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왜곡과 조작 논란이 제기되는 게 아닌,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여론조사를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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