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의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최영미 시인이 지난 6월 25일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단의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최영미 시인이 지난 6월 25일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고은(86)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58) 시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김용빈 부장판사)는 8일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배소 항소심에서 고은 시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최영미 시인은 이날 재판 후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소송해 건질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통쾌하다"며 "그동안 도와주신 여성변호사회 여러분들과 응원해주신 국민들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고은 시인이 1994년 공개된 장소인 술집에서 성추행성 행위를 했다'는 최영미 시인의 폭로에 대해 "내용의 신빙성이 인정되고 이를 뒷받침할 정황 사실도 존재하므로 진실성이 인정된다"며 최영미 시인이 허위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고은 시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또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의 성추행 목격담을 언론사에 제보하고, 언론사와 기자가 이를 보도한 것은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고 목적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다만 박진성 시인이 "2008년 한 술자리에서 고은 시인이 동석한 20대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한 내용에 대해서는 허위사실로 판단, 박 시인은 고은 시인에게 1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박 시인의 항소도 기각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최영미 시인이 지난 2017년 9월 고은 시인을 암시하는 시 '괴물'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시 '괴물'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최영미 시인은 이후 방송에 출연해 "En선생은 고은씨가 맞다"고 말하고, 언론사에 '고은 시인이 1994년 서울 종로구 한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내용을 제보했다.

고은 시인은 이런 내용이 보도되자 지난해 7월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7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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