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장 기능 상실한 포털... "여론 왜곡·조작 막을 수 있는 법제도 마련해야"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은 어제 '여론조작 공화국' 첫 번째 보도로 방송가와 연예계에 만연한 투표 조작 실태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7일)은 그 두 번째로 '댓글알바'와 '실검전쟁'으로 대변되는 온라인 여론 왜곡이나 조작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를 상대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북한 미사일 발사 능력 관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몰아세우며 “우기지 좀 마세요”라고 하자 다혈질인 강기정 정무수석이 “우기다가 뭐냐”고 맞받아칩니다.

[나경원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강기정 수석! 어디다가 소리를 질러!”

[강기정 / 청와대 정무수석]

“내가 증인이야! 우기다가 뭐요, 우기다가!”

이후 언론에선 이른바 ‘버럭 강기정’ 관련 기사가 봇물 터진듯 쏟아져 나옵니다.

이 가운데 나 원내대표가 “강기정 수석이 국회 올 이유가 없다”며 강 수석 경질을 요구하는 기사입니다.

기사엔 댓글이 수백개 달렸는데 반응은 극과 극입니다.

‘청와대는 조폭들집단, 문재인이가 두목, 강기정은 행동대장’이라고 직설적으로 여권을 비난하는 댓글들도 있고, ‘나베는 딸 부정입학, 너네 집안 홍신학원 입시비리, 채용비리, 조세포탈, 횡령 조사 받아라’고 나 원내대표를 비난하는 댓글들도 있습니다.

어제 오전 11시 6분엔 ‘에라이 여자 김성태 같으니라구... ㅋㅋㅋ’이라는 댓글을 단 네티즌은 5분 뒤인 11시 11분에 “경원아 넌 국회에 있을 이유가 없다...ㅋㅋㅋ”이라는 댓글을 또 달았습니다.

이처럼 한 네티즌이 같은 기사에 여러 건의 댓글을 다는 모습을 찾는 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버럭 강기정’과 관련된 또 다른 기사입니다.

‘강기정, 노영민 그리고 청와대 있는 놈들... 한심한 것들’이라는 댓글을 단 네티즌의 다른 댓글 모음을 찾아 들어가 봤습니다.

오늘 오후 2시간 남짓한 시간에만 강 수석과 청와대를 비판하는 댓글을 3차례 달았습니다.

같은 기사에 댓글을 반복해서 달거나 관련 기사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비슷한 댓글을 다는 패턴, 뚜렷한 증거가 없음에도 ‘댓글알바’ 논란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는 자신의 의견과 다른 댓글을 다는 사람들을 속칭 ‘댓글알바’로 치부하는 폄하와 혐오로 이어집니다.

[김현 /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특정한 정치기사에 그 내용과 아무 상관없는 글을, 정치적으로 치우친 글을 한 사람이 여러 개 달고 이렇게 돼서 댓글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자칫하면 몇 사람이 한 마리 미꾸라지가 물 다 흐려놓는 것처럼 몇몇 사람의 행동이 언론기관에 대한 폭넓은 그런 폄하나 혐오 이렇게 이어질 수 있어서...”

댓글이라는 형식을 빌어 의사표현을 자주, 많이 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특정 기사에 댓글을 달도록 집단적·조직적으로 독려하거나 특정 단어를 실시간 검색어로 밀어 올리는 이른바 '실검전쟁'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과 검찰 수사, 사퇴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벌어진 ‘실검대전’이 단적인 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조국힘내세요’ ‘법대로임명’ ‘보고있다정치검찰’ ‘정치검찰아웃’등의 단어를 인위적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밀어 올렸습니다.

반면 반대 쪽에선 ‘조국사퇴’ ‘조국구속’ ‘문재인탄핵’ 같은 단어를 1위로 밀어 올리며 맞불을 놨습니다.

일단 이번 실검전쟁에선 드루킹이 사용한 매크로 같은 대량발송 프로그램은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 네이버와 다음의 설명입니다.

지난 달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국감에 출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실명 인증을 하고 로그인한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여주므로 기계적 조작 등 매크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도 “시스템에서 기계적 개입에 의한 비정상적 이용 패턴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어찌됐든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조직적·집단적으로 움직이고 독려하며 해당 검색어를 일일이 기입해 넣었다는 얘기입니다.

관련해서 특정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특정 단어나 댓글을 쓰는 행위를 뜻하는 ‘좌표 찍기’ 등의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포털 실검 순위 인위적 조정은 특정 세력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일이 됐습니다.

이는 실시간 검색어가 네티즌과 여론의 관심이나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순위 자체에 대한 불신을 낳기도 합니다.

[시민]

“그게 요즘 그 우리 사회의 어떤 실상이나 세태 또는 수준을 반영한다고 보는데 부작용이 더 큰 거 같아요. 그 자체가 또 조작할 수 있는,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렇게 반영하는지 신뢰성이라는 부분에서 좀 떨어지는 것 같고. 하여간 별로 신뢰가 가지 않아요.”

이런 실검 전쟁은 인위적으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논란과 여론 왜곡이라는 비판의 여지는 있지만 일단 실정법적으론 아무 문제도 없고 이를 규제할 방법도 없습니다.

[김덕 / 법률사무소 중현 변호사]

“조직적인 댓글이나 여론몰이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업무방해에 이를 정도면 형사처벌이 가능하겠지만 이것과 별개로 여론조작 자체를 법률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핵심은 왜 ‘댓글알바’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돌 정도로 특정 의견을 담은 댓글을 퍼뜨리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려 하냐는 그 의도입니다.

결국 이는 자신들의 의견을 주입해 그게 여론이자 대세인 것처럼 포장하려는 것입니다.

관련해서 이런 온라인 여론 왜곡이나 조작 현상을 독일 출신 언론학자인 노엘레 노이만의 ‘침묵의 나선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말합니다.

침묵의 나선 이론은 자기 생각이 언론이 보여주는 주류의 생각과 다를 경우 입을 닫고 침묵해 결과적으로 주류라고 생각되는 의견이 더욱 광범위하게 퍼져 실제 주류 여론이 되는 현상을 일컫는 커뮤니케이션 이론 가운데 하나입니다.

[최진봉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본적으로 침묵의 나선 이론의 개념은 자기 생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류의 대중들이 A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판단이 되면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 안 해요.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본인은 그 상황에서 그 주류로부터 소외되거나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그런 어떤 불안감 때문에...”

노엘레 노이만은 언론 영향력의 막대함을 설명하는 효과이론으로 침묵의 나선 이론을 주창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며 나와 다른 이론을 제압하거나 축출하려 한다는 점에서 댓글이나 인위적 실검 순위를 만들어내는 건 본질적으로 여론 왜곡이나 조작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최진봉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술을 악용해서 여론을 왜곡하거나 아니면 여론을 한 쪽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를 하는 거 자체는 근절되어야 된다고 봐요. 그런데 그건 이제 자발적인 어떤 근절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법제도적으로 그걸 막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내야...”

최 교수는 포털 다음의 연예기사 댓글 폐지 방침처럼 무조건 뭘 못하게 금지하는 식의 방법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진봉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막 사생활을 터는 기사들도 많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경종을 울리거나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댓글도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표현의 자유 문제는 가능한 한 많이 보장해 주되 그게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요소가 있다면 그 부분을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와 여론 왜곡·조작 사이, 인터넷과 SNS가 공론장으로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수단과 방법은 무엇인지, 여론 왜곡이나 조작을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근본적이고 생산적인 고민과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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