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기극 벌인 '프로듀스X'... "한국사회 여론조작 행태 이 지경까지"

[법률방송뉴스] 케이블 음악 채널인 엠넷(Mnet)에서 메가 히트를 쳤던 '프로듀스X101'의 득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김용범 CP와 안준영 PD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 법원에서 발부됐습니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애칭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이 결국 '국민 사기극'으로 판명나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그 사기의 수법이 뻔뻔스럽다 못해 아연할 정도입니다. 프로듀스X101은 시청자들의 투표 결과를 아예 조작했는데요. 

문제는 이런 투표 조작, 나아가 여론을 조작하려는 행태가 연예계나 특정 방송사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사회가 여론조작에 물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법률방송은 오늘(6일)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이런 여론조작이나 왜곡 현상을 짚어 보고 관련된 문제점들을 진단하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여론조작 공화국', 오늘은 그 첫번째로 프로듀스X101 사례를 통해 연예계의 팬심 조작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윤현서 기자입니다. 

[리포트]

케이블 채널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의 득표수를 조작한 사기 등 혐의로 김용범 CP와 안준영 PD에 대한 법원 구속영장이 어제 저녁 발부됐습니다. 

이들은 아이돌그룹 멤버 발탁을 위한 프로듀스 101 시즌 4번째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기획사 후보자가 뽑히도록 한 혐의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 수사 경과 등을 비춰봤을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투표조작 범죄혐의가 상당부분 소명이 되었고, 또 조작행위로 인해서 어떤 혜택의 대상이 되는 연습생의 순위가 바뀔 가능성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프로그램의 결과를 조작한 만큼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프로듀스X101은 모두 101명의 아이돌 연습생이 출연해 춤과 노래 경연을 하고 시청자 투표를 통해 단계별로 연습생 일부를 탈락시키며, 마지막 살아남은 연습생이 실제 아이돌그룹으로 데뷔하는 형식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매회 조마조마 땀을 쥐게 하는 경연 과정을 거쳐 지난 7월 19일 최종 11명이 살아남으며 방송은 성황리에 종영됐습니다.

그런데 방송 직후부터 탈락된 후보자 팬들을 중심으로 “뭔가 이상하다”며 투표 조작설이 제기됐습니다. 이른바 ‘배수설’입니다.

1등과 2등의 표 차가 2만9천978표, 3등과 4등의 표 차도 2만9천978표 차, 7등과 8등의 표 차도 2만 9천 978표 차, 이런 식으로 1등부터 20등까지 특정한 패턴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이게 절대 우연의 일치일 수가 없고 투표 조작이라는 게 일부 팬들의 주장입니다

이같은 의혹 제기에 엠넷은 자체 조사를 거쳐 같은달 24일 “집계 과정에 오류는 있었지만 순위 자체는 변동이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엠넷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며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엠넷을 보유하고 있는 CJ ENM과 프로듀스X 제작진, 기획사 관계자 등을 사기 및 위계에 위한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습니다.

실제 프로듀스X 최종 데뷔조에 선발된 11명 가운데 최소 2~3명은 원래 탈락 대상이었는데 투표 조작을 통해 멤버에 뽑힌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일부 특정 기획사에서 내보낸 연습생을 최종 멤버로 뽑아주기로 사전에 각본을 짜고 형식만 오디션 시청자 투표로 생존자들이 결정되는 것처럼 프로그램을 굴려왔다는 겁니다.   

결국 껍질만 시청자 투표를 가장한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이었지 실제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수사 결과입니다.

[이호영 변호사]
"100원 유료문자를 이용한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고, (제작진들이) 타인의 사물을 처리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배임수재가 될 수 있다..."

이 와중에 프로그램 메인 PD인 안준영 PD는 강남의 유흥주점에서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수시로 접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모종의 대가가 오갔는지 안 PD에 대한 배임수재 혐의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와 함께 프로듀스101 네 번째 시즌뿐만 아니라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 모든 시즌을 대상으로 투표 조작이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나아가 프로듀스101 말고도 다른 경연 프로그램으로까지 수사 대상을 넓혀 이참에 방송계 조작 실태 전반을 들여다볼 방침입니다.

그동안 프로듀스101을 포함해 여러 프로그램에서 이런저런 논란과 조작 의혹이 불거졌지만 ‘설마 방송국에서 조작을 했겠어‘ 하며 지금까지 그냥 다 덮고 지나간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호영 변호사]
"기획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키우고 있는 연습생이 향후 프로그램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갑질을 그냥 참고 버틴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하나는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이득을 보기 위해서 어떤 향응이나 금품을 제공했다고 볼 여지도 있어서..."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투표 조작 파문이 일파만파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업계에선 이번 프로듀스101 사태가 특정 PD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방송사와 PP, 연예기획사, 아이돌 연습생들이 수직적으로 권력 피라미드 구조를 형성하고 있고 이 구조 안에서 갑질이나 착취 또는 자발적 상납이 횡행하고 있고, 이런 모순이 프로듀스101 '투표 조작’이라는 극적인 형태로 터져 나왔다는 겁니다.  

[양기찬 / 수원대 융합문화예술대학 교수]

"양쪽이 다 어떻게 보면 자기들끼리 얻을 게 있기 때문에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 기획사에서도 누군가를 띄웠으면 좋겠고 엠넷에서도 누가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쇼라고 생각하면 같이 살아가기 위한 방식 아닐까..."

엠넷 측은 어제 “시청자와 팬, 출연자, 기획사 관계자 여러분들게 깊이 사과드린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프로듀서101 사태는 방송사나 기획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가수 데뷔가 전부인 어린 연습생들의 꿈과 열정을 흥행과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시청자인 국민들마저 우롱한 사회적 범죄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투표 조작’입니다.

방송계 전반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책 마련이 꼭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윤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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