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이메일에 뒤집힌 대법원... 사법 시스템 평가 '꼴찌' 파장
OECD 이메일에 뒤집힌 대법원... 사법 시스템 평가 '꼴찌' 파장
  • 유재광 기자
  • 승인 2019.11.05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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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2019 보고서, 한국 37개국 중 사법 시스템 신뢰도 최하위
대법원 "법원인지 검찰인지 조사 대상과 방식 모호... 수용 못 해"
"법원, 검찰 따지지 말고 국민의 사법 시스템 불신 이유 성찰해야"

[법률방송뉴스] 선진국 클럽 OECD가 영어로는 ‘Government at a glance', '한눈에 보는 정부’라는 보고서를 격년으로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눈에 보는 정부 2019’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우리 대법원이 발칵 뒤집혔다고 합니다. 무슨 일일까요. ‘앵커 브리핑’입니다.

OECD 홈페이지입니다. 검색 창에 ‘Government at a glance’를 치면 관련 내용들이 주르륵 뜹니다. 2011년, 2013년, 2015년, 가장 최근에 발간된 게 ‘한눈에 보는 정부 2017’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는 재정과 경제, 고용과 급여, 예산, 인적자원관리, 공공부문 청렴, 규제 거버넌스, 정부 성과, 대시민서비스 등 한 국가의 역량과 수준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2017 보고서의 경우 요약본은 20페이지지만 원 보고서는 270쪽 넘는 보고서에 각 분야별, 주제별로 OECD 국가들에 대한 평가 결과가 빽빽하게 기재돼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이 OECD 한눈에 보는 정부 2019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우리 대법원이 벌집을 쑤신 듯 뒤집어졌다고 합니다. 발단은 OECD에서 대법원에 보낸 한통의 이메일 공문이었습니다. 

내용은 OECD 가입 37개 나라에 대한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해보니 우리나라가 37개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다며 이에 대한 ‘코멘트’를 구해온 겁니다. 

대법원은 이에 지난 9월 OECD에 조사 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는 취지의 회신을 보냈습니다. 

일단 OECD는 각 나라 국민 1천명에 물어 신뢰도를 조사했다고 하는데 대법원에 물어보니 두 가지 점을 들어 수긍할 수 없다는 이의제기를 했다고 합니다. 

하나는 질문 문항이 너무 단순하다는 점을 들어 조사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질문이 ‘사법 시스템을 신뢰한다’, ‘신뢰하지 않는다’ O.X 질문인데 이런 식의 질문으론 정확한 사법 시스템 신뢰도를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관계자의 말입니다. 

통상 이런 신뢰도 조사의 경우엔 ‘매우 신뢰한다’에서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까지 5점 척도로 조사하는 게 일반적이긴 합니다. 

대법원은 또 질문 문항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영어로 하면 ‘Courts'와 ‘Judicial System', 즉 ’법원‘과 '사법 시스템’을 신뢰하는지, 신뢰하지 않는지 묻고 있는데 이런 질문은 법원에 국한하는 질문이 아니라 검찰과 교정행정 등 말 그대로 국가 사법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묻는 질문이라는 겁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OECD 해당 조사는 법원만을 대상으로 법원을 특정해서 한 조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부가 행정부에서 분리돼 있다. 해당 조사는 정확한 법원 신뢰도 조사로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독일 등 OECD에 가입되어 있는 많은 유럽 국가들은 한국과 달리 법무부 산하에 법원과 검찰이 함께 있는 구조입니다. 

‘사법 시스템’ 신뢰도 조사는 이처럼 법원과 검찰, 교정행정을 아우르는 국가들에나 해당하는 것이지 우리나라 같은 삼권분립 국가에 이 같은 질문으로 법원 신뢰도를 평가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입니다.  

한 마디로 검찰을 불신한다는 건지 구치소나 교도소 같은 교정행정을 불신한다는 건지 법원을 불신한다는 건지 구분이 모호해 타당도와 신뢰도 모두 떨어져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사실 OECD 한눈에 보는 국가 보고서가 법원에서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에도 비슷한 사단이 있었고 당시에도 대법원은 이번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보냈고 결과적으로 사법시스템 신뢰도 조사 결과는 보고서에서 빠졌습니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우리 법원의 이의 제기에 합리성이 있어서 OECD가 이를 보고서에 싣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수용한 것 아니겠냐“고 반문하며 ”올해에도 보고서에서 빠지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실제 2017년 보고서를 보면 분쟁이나 소송과 관련한 ‘법률 및 사법제도 접근성’이나 ‘민사사법 서비스의 적시성’, ‘재판제도의 효과성과 공정성’ 등 항목 조사 결과는 실려 있지만 ‘사법 시스템 신뢰도’ 조사 결과는 없습니다. 

그리고 각 항목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우리 법원은 적어도 하위권은 아니고 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중·상 정도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관련해서 OECD 한 눈으로 보는 정부 보고서는 그 전 해 평가한 것을 정리해 이듬해 발간합니다. 2019 보고서는 2018년에 평가한 자료입니다. 

2018년이면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이른바 적폐수사와 재판이 한창 불을 뿜던 시절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여론이 극과 극으로 나뉘었던 때이기도 합니다.  

37개 나라에 걸쳐 방대한 항목을 조사하려다 보니 OECD가 5점 척도가 아닌 신뢰한다, 신뢰하지 않는다, OX로 묻긴 했지만 어쨌든 그 조사에서 우리나라 법원과 검찰을 포함한 사법 시스템이 OECD 37개 나라 가운데 꼴찌를 차지한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입니다.

관련해서 법원만 놓고 보면 ‘김명수 대법원장의 이른바 코드인사에 등을 돌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법원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지만 뉘앙스는 ‘수긍할 수 없다’로 읽혔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며 든 생각은 ‘우린 모른다. 법원 만에 대한 평가 결과가 아니다’고만 할 게 아니라 OECD에 이의 제기를 할 건 하되 법원, 그리고 검찰 모두 우리 국민들이 왜 그렇게 야박하고 냉랭했는지, 냉랭한지,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을 불신하고 있는지 성찰의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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