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아이린 소주병 사라지나... 성 상품화, 음주 미화 논란
수지·아이린 소주병 사라지나... 성 상품화, 음주 미화 논란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9.11.04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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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류 용기에 연예인 얼굴 부착 금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 추진

[법률방송뉴스] 이영애, 김태희, 이효리, 신민아, 수지 등등. 우리나라 연예계를 주름잡았던, 주름잡고 있는 당대 최고 스타들의 이름입니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소주 모델'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앞으론 이런 여성 톱스타들의 얼굴이 소주병에서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슈 플러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편의점 주류 판매대입니다. 

밝은 하늘색 반팔을 입은 배우 겸 가수 수지가 경쾌한 표정으로 소주잔을 들고 마치 '같이 마셔요'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 소주병에 붙어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의 소주병엔 요즘 대세 아이돌인 레드벨벳 아이린이 어깨를 드러낸 옷차림으로 무표정하게 입술을 반쯤 벌리고 소주잔을 들고 있는 사진이 보입니다. 

이영애, 김태희, 이효리, 하지원, 이민정, 신민아, 아이유 등. 

연예계를 풍미했던 당대의 여성 톱스타들 얼굴이 소주병을 장식한 지는 꽤 됩니다.    

'소주 대전'을 벌이고 있는 주류회사들이 자신들이 컨셉으로 잡은 '부드러움'이나 '깨끗함' 등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 톱스타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소주병으로까지 끌어온 겁니다.

이에 '술 권하는 사회'를 조장한다는 비판과 함께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상품화 한다는 논란은 어쩔 수 없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습니다.

[이미경 /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여성 연예인을 그런 식으로 소비하는 그런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술 권하는, 내지는 술자리 옆에서 안주삼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존재..."

이에 대해 주류회사 측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등 달라진 사회 트랜드를 반영한 광고이지, 성 상품화 논란과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A 소주회사 관계자]
"소주가 저도화가 되고 그리고 여성들이 사회 진출이나 이런 게 많아지면서 술자리가 늘고 이러면서 여성들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것을 대변하기 위해서 여성분이 기용이 됐던 것이고요."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오늘 소주병 등 주류 용기에 연예인 사진을 부착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10조 별표 1 '광고의 기준'은 1호에서 11호까지 모두 11가지가 있는데 여기에 주류 용기 관련한 규정이 적시된 것은 없습니다.

다만 기준 1호는 '음주행위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표현'은 못 하도록 하고 있는데 연예인 사진 부착이 '음주 미화'인지는 불분명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에 관련 기준을 명확히 해 주류 용기에 연예인 얼굴 부착을 금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보건복지부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마치 '여성 연예인이 마시는 술을 나도, 또는 여성 연예인과 함께 술을 마신다'는 식의 착시효과나 후광효과를 걷어내겠다는 겁니다.

[곽금주 교수 / 서울대 심리학과]
“같이 먹는다는 느낌도 있고요. 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잖아요. 아무것도 없는 것에 비해서. 또 이 연예인이 이것을 광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깨끗할 것이다' '아침이슬처럼 깨끗할 것이다'라는 그러한 이미지 효과, 또 연예인에 따른 후광효과, 이러한 것들이 작용하지 않나 싶어요.”

실제 우리나라는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술병에 여자 연예인 얼굴을 붙이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1급 발암물질인 담배엔 폐암이나 설암 등 끔찍하지만 경각심을 일으키는 사진이 붙어 있는데 유독 소주병에만 화사하고 섹시한 여성 연예인들 얼굴이 붙어 있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계 소주병에서 여성 연예인의 얼굴을 떼어내야 한다는 쪽의 주장입니다.

결국 '음주 미화'와 '술 권하는 사회' 조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겁니다.

[곽금주 교수 / 서울대 심리학과]
"광고를 만들 때 광고 이미지라든지 이런 거 연구해서 만든다는 말이죠. 이러한 여성 연예인들을 광고모델로 쓰는 것이 어떤 취지에서 하는 것인지, 거기에 대한 철학은 뭔지, 이러한 것들을 도리어 더 묻고 싶거든요. 그것에 대한 답이 없는 건 아닌가..."

반면 주당들 가운데에는 그나마 소주라도 좀 마음 편하게 마시면 안 되냐는 식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할 거며 돼지고기엔 돼지 도살 장면을, 사이다나 콜라엔 이 다 썩은 사진 붙여서 못 먹게 하지 왜 잘 마시던 소주 가지고 새삼 난리냐는 반발입니다.

업계 측도 조심스러운 반응입니다.

[A 소주회사 관계자]
"어쨌든 저희 쪽은 규제가 많은 분야여서 정부의 그런 규제에 대해서 저희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네요. 음주를 미화하거나 이런 의도를 가지고 하지는 않잖아요."

정부의 연예인 얼굴 소주병 부착 불허 방침과 관련해 찬반양론이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주류·광고업계 등 이해 관계자가 많으니 의견 수렴을 해봐야 하고 국민이 찬성하는지도 봐야 하기 때문에 실제 규제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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