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마약 수수 혐의로 압수수색영장 발부받아...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관련 없어"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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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소변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지만 마약 투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김 모씨는 작년 5월 24일 부산의 한 모텔에서 이모씨로부터 필로폰을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습니다.

이에 검찰은 같은해 5월 29일 필로폰 수수 혐의로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습니다.

그런데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은 영장 발부 한 달가량 뒤인 6월 25일 이뤄져 검찰은 이날에서야 김씨의 소변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소변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될 수 있는 기간은 투약 후 10일 이내라는 점입니다.

즉 6월 25일 확보한 김씨의 소변은 마약 성분이 나오긴 했지만 한달 전인 5월 마약 수수 혐의와는 무관한 새로운 ‘범행’ 인 겁니다. 쉽게 말해 애초 발부받은 영장에 적시된 혐의와는 별건의 혐의라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김씨 소변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된 점을 근거로 '5월 범행'은 필로폰 수수 혐의로, '6월 범행'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함께 기소했습니다.

재판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 내용과 필로폰 투약 관련 공소사실과의 '객관적 관련성'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마약 양성 반응 등을 토대로 5월 필로폰 수수 및 6월 투약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인 2심은 "압수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공소사실이 마약류 동종범죄라는 사정만으로는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영장주의 원칙상 적어도 영장 발부 전에는 해당 혐의사실이 존재해야 하는데, 필로폰 투약은 영장 기재·발부 시점보다 한 달 뒤에나 발생한 범죄다. 이 경우 수사기관은 사후영장 등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 지적입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2심의 판단에 압수영장의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마약 투약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마약 투약 범죄는 범행 일자가 다를 경우 별개의 범죄로 봐야 하고, 공소사실 역시 범행 사실, 투약 방법, 투약량이 특정되지 않아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어떠한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시입니다.

대법원은 다만 필로폰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1·2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을 확정했습니다.

마약을 투약했지만 마약 투약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의 범죄 사실 입증에 있어 사실관계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증거수집에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판결이라는 평가입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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