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모든 건물 금연 단계적 추진... "피울 데가 없어서" vs "간접흡연 피해"

[법률방송뉴스] 담배, 몸에 안 좋은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피워 물고, 끊지 못해서 피워 물고,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런데 흡연자들의 사정엔 아랑곳없이 금연구역 지정 등 애연가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흡연을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갈등과 잡음들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벌어지기도 합니다.

저희 법률방송에서는 앞으로 5차례에 걸쳐 흡연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이나 이슈들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법률방송 현장기획 ‘담배와의 전쟁’, 오늘(1일)은 그 첫번째로 길거리 흡연 실태를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빌딩 앞입니다.

건물 하나에 여러 회사들이 입주해 있어 직장인들도 많고 식당들도 입점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입니다.

금연건물인 빌딩 안에선 담배를 피울 수 없어 사람들이 여기저기 길게 줄을 서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연’ 표시가 돼 있는 곳에서도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예 금연구역 표시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빌딩 환경담당 직원이 담배꽁초를 주으며 지나가는데도 담배를 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고 태연히 계속 담배들을 피워댑니다.

환경담당 직원은 치워도 돌아서면 쌓이고 치워도 돌아서면 또 쌓이는 담배꽁초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토로합니다.

[빌딩 환경담당 직원] 

“무척 힘들죠. 흡연 장소가 아닌데 사람들이 담배피울 장소가 없으니까 가까운데 와서 전부다 이쪽에서 다 담배를 피우고 있거든요. 거의 30분 간격으로 한 번씩 돌아요. 그렇지 않으면 저기가 얼마나 지저분한지 엄청나게 꽁초가 많이 나와요.”

화단에 꽂혀있는 ‘금연’이라는 팻말이 무색하게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버려져 있는 꽁초들.

‘금연하는 당신이 고맙습니다. 간접흡연으로 이웃들이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라는 호소 문구를 비웃듯이 담배꽁초들이 줄지어 쌓여있습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든 말든, 담배냄새를 맡든 말든 아랑곳없이 골목길에서 그냥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워댑니다.

바로 옆에서 분식 포장마차를 하는 노점상 아주머니는 담배연기에 넌덜머리를 치면서도 이미 포기한 듯 합니다.

[김순임 / 포장마차 노점] 

“힘들어요. 손님들도 와서 흡연때문에 되게 싫어하는 눈치를 많이 보여요. 근데 나보고 말 하라는 데 힘들어요. 내가 어떻게 말해. 피지 말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포장마차 천막에 ‘죄송합니다. 담배냄새가 심해서 포장도 못 걷어내고 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서 피워주시길 부탁 드립니다’는 호소 문구에 신경 쓰는 흡연자들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김순임 / 포장마차 노점]

“그냥 참고 그냥 있어요. 저도 힘들죠. 담배 냄새 때문에. 그래서 여름에 이 포장을 안 띠어요. 못 띠어요. 냄새 때문에. (여름에 엄청 덥겠네요?) 엄청 더워요...”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결과 중복 응답을 허용한 설문조사에서 간접흡연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의 86%가 간접흡연 피해가 가장 심각한 장소로 ‘길거리’를 꼽았습니다.

이어서 아파트 베란다 및 복도가 47%, PC방 37%, 당구장 32%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간접흡연 피해자 10명 중 9명 가까이가 길거리를 지목했을 정도로 길거리 흡연이 간접흡연 피해의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는 겁니다.

정부가 지난 5월 주거용 사적공간을 제외한 모든 건축물에 대한 실내흡연 단계적 금지 추진 등 ‘담배와의 전쟁’을 전격적으로 선포하면서 엉뚱하게 ‘길거리 흡연 피해 가중'이라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김덕 법률사무소 중현 변호사]

”지금 국민건강증진법에 금연구역에 관한 규정이 잘 마련되어 있긴 한데요. 문제는 금연구역으로 일단 지정이 되어 있지 않은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고요. 그리고 금연구역 내에서도 단속인원이 부족하고 실효성이 있는 제재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보니까...“

흡연자들은 흡연자들대로 할 말이 있습니다.

담배는 피워야 되고, 금연구역은 있는데 흡연구역은 없으니 그럼 담배는 어디서 피우냐는 게 흡연자들의 항변입니다.

[흡연자 A씨]

“필 때가 없으니까. 그냥 다 무조건 금연구역만 정해놓고 뭐 피라는 장소가 없으니까 우리 담배 피는 사람들은 갈 데가 없는 거죠. 그래서 몰래 피고 뭐 길거리에서 막 피고 뭐 이런 식으로... 여기도 마찬가지로 여기도 금연구역이거든요. 그런데 필 데가 없으니까 되게 애로사항이 있죠.”

‘담배 피우는 게 무슨 죽을죄라도 되냐’는 흡연자들과 ‘흡연이 죄는 아니지만 간접흡연 피해는 죄’라는 비흡연자들.

‘담배를 피울 자유’와 ‘담배 연기를 맡지 않을 자유’ 사이 접점이나 해결책은 없는 걸까요.

평행선을 그으며 현재 진행 중인 ‘담배와의 전쟁’, 앞으로 그 해법과 대안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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