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장해지급률 허위 청구한 피해자 '몰카' 보험사 일부승소 판결
대법원 판례 "'사생활 침해'와 '실체적 진실 발견' 종합 고려해서 판단"

 

 

[유재광 앵커] 보험사가 교통사고 환자의 후유 장애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사생활을 몰래 촬영했습니다. ‘몰카’를 찍은 겁니다. 이게 보험사의 적법한 활동일까요, 아니면 범죄일까요. ‘LAW 인사이드', 오늘은 보험사나 심부름센터 몰래카메라 논란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스튜디오에 석대성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앵커] 석 기자, 이번 보험사 몰카 논란.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기자] 네, 동부화재 얘기인데요. 동부화재 상해보험 상품에 가입한 A씨가 지난 2011년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골절 등의 장해를 입었고, 동부화재는 A씨의 장해 지급률을 30%로 산정해 보험금 3천만원을 지급했습니다.

 

[앵커] 장해 지급률이 뭔가요?

[기자] 네, 간단하게 얘기해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장해 정도 판정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높을수록 보험금이 많이 나갑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어서 말씀 드리면 A씨는 이 장해 지급률이 너무 낮다며 다른 병원을 찾아가 장해 지급률이 115%에 이른다는 감정결과를 받아서 보험사에 2억 8천만원의 보험금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동부화재는 허위 보험금 청구라며 소송을 냈고, 재판 증거로 쓰기 위해 A씨가 후유증 없이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촬영해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보험사의 몰카 촬영은 위법”이라며 “몰카 영상을 근거로 장해 지급률을 산정해선 안된다”고 맞소송을 낸 겁니다.

 

[앵커] 경위는 그렇게 됐고, 어떻든 교통사고 피해 환자의 동의 없이 촬영을 한 거는 한 거잖아요. 판결이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인 대구고법이 최근 판결을 내렸는데요, 보험사가 찍은 영상을 증거로 인정해 “A씨의 장해 지급률을 45%로 산정해 4천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보험사 손을 들어줬습니다.

몰카이긴 하지만 증거능력을 인정한 겁니다.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장해 상태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험사가 이에 대한 진위를 밝히는 것은 정당하다”는 게 재판부 설명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이른바 ‘독수독과’ 이론이라고 하죠. ‘독이 든 과일은 먹을 수 없다’ 해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법 이론이 있지 않나요?

[기자] 네 독수독과 이론, 위법수집 증거 배제 법칙이라고도 하는데요. 독수독과 이론은 일단 형사소송에서는 말씀하신대로 일률적으로 적용됩니다.

하지만, 민사소송에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앵커]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구요, 기준이 되는 대법원 판례 같은 게 있나요?

[기자] 네, 2006년 대법원 판결이 있는데요.

교통사고 피해자가 장해 정도를 과장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려고 보험사 직원이 8일간 이 피해자를 따라다니며 피해자가 쓰레기를 버리는 장면이나 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장면 등을 촬영해 소송이 났습니다.

 

[앵커] 보험사 직원, 참 본인 직무엔 충실한 것 같은데, 대법원 판결은 어떻게 났나요?

[기자] 네, “교통사고 피해자의 주장이 허위나 과장이라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사진 촬영에 특별히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피해자에게 정신적 피해보상을 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아무리 보험사 업무라도 몰카 촬영은 사생활 침해다 이런 취지의 판결입니다.

 

[앵커] 그러면 이번 대구고법 판결과 배치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아닙니다. 몰카 촬영이 무조건 위법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대법원은 “교통사고 피해자의 주장이 허위나 과장이라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초상권 침해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는 거꾸로 보면 ‘교통사고 피해자의 주장이 허위나 과장이라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몰카라도 법정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사생활 침해’와 ‘실체적 진실 발견’, 두 법익이 충돌할 경우,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느 쪽이 더 중대한지를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 취지입니다.

이번 대구고법 판결도 “보험사가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적법하다”라는 건데요. 강동원 대구고법 공보판사 이야기 들어보시죠.

[강동원 / 대구고법 공보판사]

“이 사건 판결은 보험회사가 교통사고 환자의 후유 장애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외부활동을 몰래 촬영한 행위를 위법하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이는 과장된 보험금 청구를 밝혀내야할 이익을 초상권을 보호할 이익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사건 판결은 구체적 사안에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해 위법성을 가려야 한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증거능력은 인정된다 하더라도 초상권 침해는 아닌가요?

[기자] 초상권 침해의 경우 찍은 영상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즉 ‘공표’를 해야 침해가 성립하는데요. 이 경우엔 어디다 공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상권 침해는 아니라고 합니다.

 

[앵커] 그럼 지금은 폐지되긴 했지만, 간통죄 있잖아요. 손해배상 소송 등을 하기 위해 심부름센터 같은 데 맡겨서 몰카를 찍는 건 어떻게 되나요, 이것도 법정에서 증거로 쓰일 수 있나요?

[기자] 네, 이런 몰카도 증거를 찾기 위한 수집활동으로 분류돼 정당행위로, 즉 법정에서 합법적인 증거로 인정된다고 합니다.

IBS 법률사무소, 유정훈 변호사 이야기 들어보시죠.

[유정훈 변호사 / IBS법률사무소]

“심부름센터에 의뢰해 몰래 불륜 현장을 촬영하고 이를 이혼소송의 증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공정한 민사재판권의 실현이라는 우월한 이익을 위해 수인해야 할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봐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채택되고 있습니다.”

 

[앵커] 법원 판단이 그렇다고 하니, 심부름센터나 보험사에 몰카 찍힐 일은 애초에 안하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LAW 인사이드', 석대성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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