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조정장치에 이상, 불가피하게 회항... 항공사 면책사유에 해당"

▲전혜원 앵커= 먼저 질문드려 보도록 할까요. 두 분 혹시 비행기 공포증 이런 거 있으실까요. 박 변호사님.

▲박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교연)= 저는 비행기 공포증은 없는데 비행기 탈 때 너무 좋아서 심장에 무리가 갈까봐 그런 걱정은 조금 됩니다.

▲전혜원 앵커= 비행기 타는 것 좋아하시는군요. 공포증 같은 거 전혀 없으시고, 안 변호사님은 어떠십니까.

▲안갑철 변호사(법무법인 한음)= 저는 사실 있습니다. 비행기 타기 전까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대신에 타면 비행기를 조금 타는 편인데 그전까지는 많이 어려워하고 무서워하는 편입니다.

▲앵커= 타기 전까지 긴장을 많이 하신다는 거네요.

▲안갑철 변호사= 아무래도 어렸을 때 그런 항공사고의 기억들이, 그런 언론을 접해서 보도가 충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그것이 나중에도 비행기를 타는 데 영향이 있더라고요.

▲앵커= 실제로 그런 일 당하시지는 않으신 거죠.

▲안갑철 변호사= 굉장히 확률이 낮다고 통계가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격은 이겨내기가 조금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앵커= 뉴스를 접한 기억 때문에 조금 약간의 두려움이 있으신 것 같은데 아마 비슷하신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어서 비행기를 전혀 못 타는 분들도 있으시다고 하던데요.

오늘 이 시간은 그래서 '제주항공 회항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제주항공 탑승한 사람들이 40여분 동안 공포에 떨면서 회항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박 변호사님, 내용을 자세히 짚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진우 변호사= 지난 10월 25일 저녁 8시 50분경에 있었던 일인데요. 184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김해공항을 출발했습니다. 해당 여객기는 당초 7시 30분 출발 예정이었는데, 출발 직전 고도유지시스템 점검 사유가 발생해서 1시간 20분 늦게 이륙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는데요. 여객기는 이륙 9분 만에 심하게 흔들렸고 자동조종장치 이상 신호까지 감지됐습니다. 이에 승무원들은 기내 안내방송을 통해서 '비상 탈출 가능성'까지 언급하게 됐는데요.

승객들은 곧바로 극심한 불안에 떨게 됐습니다. 이후 여객기가 김해공항으로 회항해 착륙할 때까지 약 40분간 위험한 비행이 이어졌습니다.

▲앵커= 정말 비상탈출 안내방송까지 했다고 하니까 정말 승객들이 공포에 떨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사를 보니까 기도를 한 사람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까지 있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탑승객들이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을지 참. 이후 제주항공이 대체항공편을 제공하고 보상금까지 지급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하긴 했거든요. 이렇게 여객기 결항으로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고 또 불안감을 준 경우 법적으로 보상을 어느 정도로 해줘야 될지 궁금하네요.

▲안갑철 변호사= 우선 제주항공은 회항 다음 날인 26일 오전에 출발하는 대체항공편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184명 중에 무려 절반에 가까운 90여명이 탑승을 거부했고, 일부 승객은 극도의 공포감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제주항공은 대체항공을 탑승하지 않은 승객에게 환불조치를 해주는 한편 회항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 전원에게 보상금 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항공편 보상 관련 분쟁은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을 따릅니다. 이때 항공사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소비자 손해를 책임지는 것은 '배상'이라고 합니다. 반면 합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도 그 결과에 대한 대가를 해주는 것을 '보상'이라고 하는데요.

항공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결항될 경우 항공사는 승객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앵커= 배상과 보상의 차이가 조금 있습니다. 그리고 보상금액이 5만원인데요. 승객들이 받은 정신적 피해보상에 비해서 금액이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박 변호사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진우 변호사= 당초 말씀드리기로 제가 해당 여객기가 1시간 20분 정도 출발이 지연됐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항공기의 경우에는 지연시간이나 대체편 제공 시간에 따라서 배상금액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지연 또는 결항으로 발생하는 숙식비 등은 전부 항공사가 부담하게 되는데요.

구체적 기준을 말씀드리면 1시간에서 2시간 이내 운송이 지연된 경우에는 운임의 10%를 돌려줘야 되고요. 3시간 이내 운송이 지연되는 운임의 20%를, 3시간 이상 지연된 경우에는 30%를 돌려줘야 됩니다.

그리고 제주항공이 마련한 대체항공편은 다음날 오전 6시 52분경에 제공됐는데요. 해당 여객기의 당초 출발 예정 시간은 7시 30분으로서 12시간 이내 대체편을 마련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제주항공은 운임의 30%를 배상해야 합니다.

▲앵커= 그런데 비행기가 갑자기 결항되거나 지연됐다고 해서 모두 배상을 다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안 변호사님, 어떤 내용인가요.

▲안갑철 변호사=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라 국토부에서 정하는 항공기 점검이나 기상 사정, 안전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조치 등으로 항공기가 결항이나 지연된 경우에는 아예 항공사 책임이 없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태풍이나 폭설로 인해 비행기가 결항된 경우 항공사가 이를 배상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항공사 측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 고객손실에 대한 보상을 해줄 수는 있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제주항공 사건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 변호사님, 어떻습니까.

▲박진우 변호사= 이 사건의 경우에는 항공사 손해배상의 면책사유 중에서 '안전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조치'라는 것이 문제 되게 됩니다. 구체적인 의미는 항공운송사업자가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조치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하는데요.

표현이 조금 어려운데 쉽게 말씀을 드리면 항공사 입장에서 가능한 조치를 다 했는데도 정상비행이 불가능해서 불가피하게 항공기를 결항 또는 지연시킨 경우에는 항공사가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런 의미입니다.

이번 사건은 자동조정장치에 이상이 생겨서 불가피하게 회항 결정을 하게 됐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항공사의 면책사유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항공사가 승객들에게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이런 경우까지 피해를 배상해 줄 의무는 없습니다.

항공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회항이 아니었기 때문인데요. 다만 제주항공은 고객배려 차원에서 5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앵커= 그렇게 된 것이군요. 국토교통부는 이번 회항과 관련해서 조종사 또 항공기 정비기록 등을 검토 및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만약에 이 조사과정에서 항공사 측의 과실이 또 드러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죠.

▲안갑철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만약 조사과정에서 항공사 측의 과실이 드러난다면 제주항공은 승객에게 보상이 아닌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앵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40여분의 시간,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루빨리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저희도 함께 기원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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