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쌓기용' 법안 발의 경쟁 벌여놓고... 처리율은 역대 최저 26.8%

공수처 신설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9일 국회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회의장 앞 복도에 누워 항의하고 있다. /법률방송
공수처 신설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9일 국회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회의장 앞 복도에 누워 항의하고 있다.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10월말까지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이 1만 6천264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안 처리율은 26.8%, 역대 국회 중 최저 수준이다.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31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각 상임위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이날 현재 계류된 법률안은 총 1만 6천264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5월 30일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이후 2만 2천633건의 법안이 제출됐지만 통과된 것은 6천79건에 불과하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식물국회'로까지 불렸던 19대 국회와 비교해도 한참 떨어진다. 의안정보 시스템 자료 분석 결과 19대 국회에서는 총 1만 7천822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그 중 7천773건의 법안이 통과돼 처리율은 46.6%였다.

18대 국회는 53.3%, 17대는 55.2%, 16대는 66%의 법안 처리율을 기록했다.

20대 국회에서 의원들의 법안 발의 건수는 대폭 늘었다. '실적 쌓기용' 법안 발의 경쟁도 원인이다. 일부 의원들을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 혹은 자신의 발의한 법안과 유사한 법안들을 내놓는 식으로 발의 건수를 늘려 지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한다 해도 30%를 밑도는 법안 처리율은 우리 국회의 입법 기능에 다시 의문을 갖게 하는 수치다.

국회는 31일 오후부터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에 나섰다. 단계적 고교무상교육법 등 상대적으로 여야 간 쟁점이 적은 160여건의 민생법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이들 법안이 처리된다 해도 20대 국회 회기의 법안 처리율은 큰 변화가 없다.

더구나 12월초까지 이어질 예산국회 이후 정치권이 사실상 총선 준비를 위한 국회 휴지기에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본회의는 법안 처리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371회 정기국회 회기는 12월 10일 끝난다.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5월 29일까지 처리되지 못하는 계류 법안들은 무더기 폐기 위기에 처하게 된다.

법안 처리율은 물론 주요 쟁점 법안들의 처리 전망은 더 어둡다.

정치권은 지난 6개월여 동안 사법개혁 법안과 선거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를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법안 심의에는 사실상 눈도 돌리지 않았다.

공수처 설치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사법개혁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도 패스트트랙에 올랐지만 여야가 본회의 상정 여부를 놓고부터 싸우고 있어 통과 전망은 불투명하다. 

앞서 1월과 4월 임시국회는 개점휴업이었고, 2월과 5월에는 여야가 임시국회 개회 약속도 저버렸다. 그나마 6월 임시국회에 패스트트랙 법안들이 올라왔지만 여야 충돌 사태만 빚어졌다.  

지난 3월 정준영 몰카 사건과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과 마약류관리법 개정안도 다수 발의됐으나 아직까지 모두 계류 상태로 그나마 관심사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민생과 직결되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유통산업발전법, 유턴기업지원법, 상생형일자리법, 외국인투자촉진법까지 입법 과제는 산적해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20대 국회는 후반기에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사법개혁, 재벌개혁과 함께 정치·국회 개혁이 중요한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까 국민들이 다시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며 "지금 국회는 민생은 뒷전인 채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게임만 벌이고 있다. 지금 여야는 서로가 망하길 기다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20대 국회를 "사상 최악의 국회"라고 표현했다. "사상 최저로 예상되는 법안 처리율,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의 폭력 사태 등 국민 앞에 변명은 없어야 한다. 무조건 잘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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