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여성 하반신 몰래 촬영한 남성 무죄 선고 '논란'
재판부 "레깅스는 일상복, 성적 욕망의 대상이 안 된다"
법조계 "레깅스 문제 아냐, 청바지도 성적 수치심 유발"

[법률방송뉴스]  버스 안에서 몸에 꼭 달라붙어 몸의 굴곡이 드러나는 '레깅스'를 입고 있는 여성의 하반신을 휴대폰으로 몰래 촬영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몰카'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1심에선 유죄를 선고받았는데 항소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슈 플러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A씨는 지난해 버스를 타고 가다 하차하려고 출입문 앞에 서 있는 B씨의 엉덩이가 포함된 하반신을 휴대폰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다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피해 여성 B씨는 당시 약한 헐렁한 어두운 회색 운동복 상의와 하의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레깅스를 입고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기분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1심은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며 A씨에 대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도 함께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의정부지법은 오늘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성폭력처벌법 위반 유죄를 선고한 1심을 깨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대법원 판례는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 촬영 의도와 경위, 장소·각도·촬영 거리, 특정 신체 부위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성폭력처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 관련해 피해 여성이 입었던 옷이나 찍힌 부위가 성폭력처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 하느냐' 여부입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 판단입니다.

"레깅스는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피해자 역시 이 같은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해 이동했다.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않을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레깅스가 일상복이어서 성적 욕망의 대상이 안 된다"는 취지의 오늘(28일) 판결에 법조계에선 좀 갸우뚱하며 이해하기 힘든 판결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문제는 레깅스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A 변호사]
"이 사건에서 너무 레깅스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그 레깅스의 특성상 어쨌든 신체 굴곡이 잘 드러나는데 엉덩이 부분을 촬영했다는 것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청바지를 입었다 할지라도 사실 일반 바지라도 타인의 엉덩이를 찍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항소심이 이상하다고..."

또 다른 쟁점은 대법원 판례가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촬영 의도와 특정 부위 부각 여부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항소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뒤에서 몰래 촬영했지만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했다"며 성폭력처벌법 몰카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몰래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것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준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정도의 촬영은 아니다"는 게 재판부 판시입니다.

결과적으로 엉덩이가 찍히긴 했지만 엉덩이만 일부러 부각해 찍은 게 아니어서 무죄라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정지혜 변호사 / 법무법인 예율]
"당연히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부위이기 때문에 저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충분히 유죄가 나올만한 사안이고 일부러 엉덩이를 찍은 게 아니고 그냥 일상적인, 자기가 촬영을 하다가 엉덩이가 우연히 나왔다거나 그런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어쨌든 상당히 이례적인..."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담시 심정에 대해 "기분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라고 진술한 데 대해서도 "이러한 진술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넘어 성적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불쾌감과 성적수치심의 차이와 경계선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검 2017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16년 10년 사이 성폭력처벌법 몰카 범죄는 11배 이상 폭증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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