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사건’ 이후 범죄예방 등 목적 'DNA 채취법' 제정
"당사자 의견진술 기회 등 없어"...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개정안 마련 국회 토론회 "재범 위험성 등 감안 개별 채취"

▲유재광 앵커= 오늘(28일) 국회에선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범죄자 ‘DNA 채취법’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LAW 인사이드’, 신새아 기자와 얘기해보겠습니다. DNA법이 생겨나게 된 배경부터 좀 다시 볼까요.

▲신새아 기자= 네, 법안 정식 명칭은 ‘디엔에이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 DNA법은 지난 2008년 초등학교 여자 아이를 상대로 엽기적인 성폭행을 저질렀던 조두순 사건 이후 범죄 예방과 신속한 수사를 위해 재범 위험이 높은 강력 범죄자의 DNA를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0년 7월 제정됐는데요.

최근 30여년 만에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이춘재를 특정하게 된 것도 이 해당 법에 따라 채취된 DNA가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인권 침해 등 여러 논란이 있어서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고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 의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 민변 등 공동 주최로 오늘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앵커=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도 다시 좀 볼까요.

▲기자= 크게 두 가지입니다. DNA 채취를 위한 영장 발부 과정에 채취 대상자가 의견을 진술하고 소명자료를 제출할 기회가 전혀 없는 점, 그리고 또 영장 발부에 불복할 수 있는 기회나 집행된 이후라도 채취 행위의 위법성 확인을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DNA를 채취할 수 있는 구조인데요.

“강력범죄를 억제하려 한다는 제정취지와 다르게 집회시위 참가자나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DNA를 강제로 채취하고 보관하면서 이를 남용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것이 오늘 토론회를 주최한 박주민 의원의 말입니다.

이런 점들을 들어 헌재는 의견 진술이나 불복 절차가 없는 DNA법에 대해 지난해 9월 “‘DNA법 8조’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DNA법은 효력을 상실하게 되고 강력범죄자들 DNA도 더 이상 채취할 수 없게 됩니다.

▲앵커=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은데 오늘 토론회에선 어떤 방안들이 제시됐나요.

▲기자= 일단 오늘 토론회 참가자들은 현행 DNA법이 수사기관 편의적으로 과도한 DNA 수집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개정 필요성엔 모두들 공감했습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DNA법 5조와 8조를 중심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일단 DNA법 5조 ‘수형인 등으로부터 디엔에이감식시료 채취’ 조항은 특정 범죄의 형의 선고나 보호관찰명령, 치료감호선고, 보호처분결정 등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DNA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에 ‘이같은 처분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DNA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고 ‘재범의 위험성’을 추가로 삽입해야 한다는 것이 발제를 맡은 이혜정 법무법인 동화 변호사의 말입니다.

▲앵커= 재범의 위험성, 여섯 글자를 넣고 안 넣고가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기자= 네, “DNA법의 입법목적이 ‘장래’의 범죄수사 및 형사소추를 위해 ‘미리’ 특정인으로부터 채취하는 것인데 그 특정인이 ‘장래’에도 동종 범죄를 다시 범할 개연성이 있는지, 재범의 위험성 유무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이혜정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쉽게 말해 현행법은 ‘강간’ 이라고 한다면 강간죄 유죄 판결을 받은 모든 범죄자에 대해 ‘같은 범죄를 또 저지르겠지’라는 전제 위에 모두 DNA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강간 범죄자라 하더라도 사건 경위나 죄질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재범 위험성이 있는 사람에 한해 개별적으로 DNA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하자, 그래서 헌재가 지적한 과잉금지원칙 위배 소지를 해소하자, 이런 취지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DNA법 8조 관련해서는 어떤 말들이 나왔나요.

▲기자= 일단 8조 1항은 '검사는 관할 법원 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요.

여기에 '채취대상자의 직업과 환경, 당해 범행 이전의 행적, 그 범행의 동기, 수단, 범행 후의 정황, 개전의 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범의 위험성이 있을 때에는 관할 지방법원 판사에게 영장을 청구하여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로 바꾸자는 제안입니다.

앞서 언급한 ‘재범의 위험성’을 따지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건데요.

아울러 법 8조 3항, '채취대상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영장 없이 디엔에이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는 조항은 삭제해서 영장주의 위배라는 위헌 소지를 해소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관할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하는 영장에 대해 현행법엔 실질적인 요건에 대해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아 DNA 채취 적절성 여부에 대해 실질적인 심사를 통하여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을 통제할 가능성이 없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발제를 맡은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나아가 “채취대상자로 하여금 영장절차에서 의견을 진술하는 등 영장 발부 과정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절차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절차적 규정을 보완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해당 법에 법적성격이나 인권침해의 중대성을 고려해 법원의 실질적 통제 및 인권 보장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앵커= 네, 올해 말이면 이제 2달 남짓 남았는데 합리적 개정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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