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단 나흘 입법예고, 개혁 아니라 개악... 조국 식 이벤트 개혁 안돼"

법무부는 지난 25일 '인권보호수사규칙' 수정안을 재입법예고하면서 29일까지 나흘 동안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법률방송
법무부는 지난 25일 '인권보호수사규칙' 수정안을 재입법예고하면서 29일까지 나흘 동안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사퇴 당일 검찰개혁 방안으로 발표했던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안이 상위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일자 법무부가 수정안을 지난 25일 재입법예고했다.

하지만 28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무부 수정안도 내용, 입법절차 양면에서 알맹이 없는 졸속 개혁방안"이라는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25일 인권보호수사규칙 수정안을 재입법예고하면서 29일까지 나흘 동안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나마 주말을 제외하면 단 이틀에 불과하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입법예고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40일 이상으로 하도록 돼있다. 법무부는 조 전 장관이 발표한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안도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역시 나흘 동안 입법예고했다. 애초 검찰이나 국민 의견 수렴은 염두에 두지도 않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는 "지금까지 이런 입법 개선은 없었다. 이것이 개혁인가 퇴보인가, 그렇게 묻고 싶다"며 "적법절차는 입법 절차에도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졸속으로 밀어부치기 식으로 하다보니 입법예고 4일 한다는 건데, 4일 동안 무슨 의견을 어떻게 내겠나"라며 "검찰 측 의견을 받아들여 일부 수정했다고 하지만 그 내용 자체도 관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조국 안'만 가지고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개혁안이라고 내놓은 내용도 부실하고, 절차도 졸속이기 때문에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본다"며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공론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부가 발표한 수정안의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이 발표한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안은 부당한 별건수사와 수사 장기화 금지, 심야조사 및 장시간 조사 금지, 중요 범죄 수사 개시 시 관할 고검장 보고 등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이 안은 일부 조항이 상위 법령과 충돌하거나 충분한 논의 없이 만들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살다살다 이렇게 기본도 안돼 있는 규칙안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검사들끼리 재미 삼아 만드는 동아리 운영안도 이보다는 정제돼 있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법무부 수정안은 제정안의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측은 "해석상 논란이 있었던 일부 규정에 대해 대검찰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제정안의 내용을 졸속으로 수정하려다보니 당초 제정안의 핵심 내용도 사라지고 사실상 누더기가 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제정안에서 '부당한 별건 수사와 장기화 금지' 조항은 형사소송법 195조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는 조항과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검사의 수사 의무를 규정한 '법' 조항을 하위 법령인 인권보호 수사를 위한 '규칙'이 오히려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법무부 수정안은 '별건 수사'라는 용어를 삭제해버렸다. 형사소송법과 조항과 충돌하는 '형사부 검사의 직접수사 최소화' 역시 삭제됐다.

또 제정안은 '장시간 조사 금지' 조항에서 1회 총 조사시간을 12시간이 넘을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수정안은 장시간 조사를 '금지'가 아닌 '제한'으로 완화했고, 1회 총 조사시간에서 조서 열람 시간은 제외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 역시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57·구속) 동양대 교수가 조사 받는 데 2시간 40분, 조서 열람하는 데 11시간가량을 썼다는 예를 들지 않더라도, 조서 열람 시간을 조사시간에서 제외할 경우 조사시간은 한없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나아가 검사의 지휘감독 권한을 규정한 검찰청법 7조 등과 충돌하는 '중요 수사 개시 등 고검장 보고' 내용도 아예 삭제됐다. 수사지휘권 주체를 검찰총장으로 한 검찰청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초 제정안에 포함된 이 규정은 수사를 사후에 감찰하는 고검장에게 '상시 감찰'의 가능성을 열어줘 '검찰총장 힘빼기'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외에 내사 사건을 포함한 형사사건에 대한 공개, 출석 일시 등 조사 관련 사항에 대한 공개를 금지하는 규정도 수정안에서는 삭제됐다.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검찰개혁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한 철학적 사고와 시간을 충분히 갖고 왜 검찰개혁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시행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등 원칙을 꼼꼼히 따져서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서둘러 개혁안을 발표하다보니 미비한 점이 많았고 따라서 법무부도 얼마 전에 내놓은 개혁안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이 사퇴 당일에 검찰개혁을 발표한 것처럼 (법무부도) 이벤트 식으로 하면 안 된다"며 "자칫 잘못하면 검찰을 장악하려는 것처럼 비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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