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판결문 공개율 0.003%, 10만건 중 단 3건 공개... 법원 신뢰 훼손"

[법률방송뉴스] 초등학생을 성폭행했는데 어떤 피고인은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어떤 피고인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판결문을 봐야 어떤 취지와 맥락인지, 양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알 수 있는데 우리 법원은 판결문 공개에 지나치리만큼 인색합니다.

관련해서 오늘(25일) 국회에서는 '판결문 공개 확대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장한지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입니다.

'화제의 판결' 코너에 판결문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런데 보이는 것은 모두 대법원판결입니다.

'더보기'를 들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참 스크롤을 내려도 대법원 판결문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홈페이지 메인에 걸려 있는 '최신선고판례'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더보기'를 들어가 한참을 밑으로 내려가니 고법 판결 몇 개가 눈에 뜨일 뿐, 거의 대부분 대법원 판결문입니다.

대법원판결이라고 판결문을 많이 공개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 전체 판결의 3%밖에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하급심 판결의 판결문 공개율은 0.003%에 불과합니다. 재판 10만건을 하면 공개되는 판결문은 단 3건밖에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판결문 공개'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수준입니다.

오늘 오전 국회 법사위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주최와 법원행정처 후원으로 열린 판결문 공개 및 열람·검색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는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저는 판결문 공개가 우리 사법의 신뢰를 회복하고 또 국민들이 사법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거의 내내 판결문 공개를 주장을 해 왔는데요. 조금 더 전향적으로..."

금태섭 의원이 언급한 '판결문 공개'와 '우리 사법의 신뢰 회복'은 예를 들자면 이런 겁니다.

법률방송 취재팀이 대법원 법률정보검색 사이트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을 키워드로 찾아낸 판결문 사례입니다.

집에 놀러 온 초등학생 딸 친구를 여러 차례 강제추행하고 두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A씨는 2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 5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반면 채팅앱을 통해 만난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주차장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며 이를 촬영한 뒤, 성폭행 동영상을 가지고 아이를 협박해 한 차례 더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선 징역 2년 6개월로 감형됐습니다.

비슷한 사건, 어떻게 보면 협박까지 한 죄질이 더 안 좋은 사건이 항소심에서 거꾸로 감형이 된 겁니다.

이 경우 판결문을 찾아볼 수 있으면 감형을 해줄 만한 수긍이 가는 사유가 있는지, 재판부가 무리한 감형을 한 건지, 전관이 개입한 건 아닌지 등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의 판결과 양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어 법원 판결과 양형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고, 무엇보다 법관 스스로 법과 양심,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인지 한 번 더 되돌아보게 하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우리가 지금 개혁, 개혁, 계속 법원개혁, 검찰개혁, 개혁의 시대에 살고 있는데요. 저는 사법개혁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공정한 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정한 재판이라는 것은 결국 국민이 판결을 납득할 수 있는 그러한 재판이 공정한 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판결을 납득할 수 있기 위해서는 판결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이 판결문의 전면 공개가 필요하지 않을까..."

미국의 경우 연방법원의 경우 선고된 판결 전면 공개 원칙을 준수하고 있고,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중 등 많은 주에서도 전면 공개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캐나다도 대법원과 하급심을 구분하지 않고 선고된 판결을 전면 공개하고 있고, 영국과 호주의 경우엔 대법원판결은 모두 다 공개하고 하급심 판결의 경우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대륙 국가들은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만 비율과 범위, 접근이나 검색 방식 등에 있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입니다.

[이용재 변호사 / 산건 법률사무소]
"지금 현재 인터넷 열람 제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판결문은 2013년도 이후에 확정된 형사판결과 2015년도 1월 이후에 확정된 민사행정판결입니다. 그래서 그 이전에 확정된 것은 여전히 지금 인터넷 열람제도로 확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만 피고인 등 재판 당사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등 프라이버시 침해 방지 방안 마련 등은 넘어야 할 과제입니다.

[송오섭 판사 / 현 창원지법 거창지원·전 법원행정처 근무]
"판결문 공개, 정확하게는 판결문 인터넷 검색 열람제도의 확대겠죠. 법관님들이나 법원에 계신 분들이 반대를 하는 입장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발생 가능한 여러 부작용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재판 공정성 확보를 위한 재판공개원칙을 충실히 구현하면서도 프라이버시 침해 등 그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실현 가능한 대안이 마련되어 실행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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