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
이 부회장 변호인 "유무죄 다투지 않고 양형만 변소할 것"
재판장, 이 부회장에 '재벌경영 폐해 개선' 등 이례적 당부

[법률방송뉴스] 수십억원대 뇌물 등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오늘(25일) 서울고법에서 열렸습니다.

이 부회장 측은 유무죄는 다투지 않고 양형만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오늘 첫 공판에선 재판장이 이 부회장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언급하며 “심리기간 중에도 당당하라”는 이례적인 당부의 말을 꺼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유재광 기자입니다.

[리포트]

2년 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627일만에 다시 법원에 나온 이재용 부회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뇌물 인정 액수가 올라가 형량이 바뀔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엔 입을 굳게 다문 채 답변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앞서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 뇌물 공여액을 36억원으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깨고 최순실에게 제공한 36억원 말 등을 포함해 뇌물액을 86억으로 판단하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뇌물액수가 50억원을 넘을 경우 징역 5년 이상으로 재판부로부터 작량감경을 받지 못할 경우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한 액수입니다.

관련해서 이 부회장 변호인은 오늘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대법 판결에 대해 유무죄 판결을 달리 다투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그러면서 "주로 양형에 관해 변소할 생각이고 사안 전체와 양형에 관련된 3명 정도의 증인을 신청할 계획이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결정된 추가 뇌물액에 대해 다시 무죄를 끌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형량에 관한 심리에 집중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내겠다는 재판 전략입니다.

이와 관련 변호인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법원 확정 판결 등을 증거로 신청하고 싶다며 문서 송부 촉탁을 신청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신 회장은 지난 17일 최순실에 대한 70억원의 뇌물 공여 등 유죄 판결을 받고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 받았습니다.

뇌물 인정 액수는 50억원을 초과했지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지원 요청을 실질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임을 감안한 판결입니다.

이 부회장도 이에 따라 대법원 판단에 대한 유무죄 자체는 다투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도 대통령의 강요 피해자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며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로 ‘승계작업’이란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주장하는 투트랙으로 재판을 끌고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재판 시작 전 이름과 직업 등을 묻는 재판부 인정신문에 이 부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재용입니다”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라며 또박또박 답변했습니다.

오늘 재판에선 또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가 재판 받는 피고인에겐 이례적으로 ‘삼성그룹 내부의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과 ‘혁신기업으로 변화’ 등 ‘당부의 말’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어떤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과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본 심리에 임해주기실 바란다”며 이같이 당부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심리기간 중에도 당당하게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길 바란다”는 피고인에 대한 이례적인 당부의 말도 덧붙였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며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재판정에 소환했습니다.

프랑크루프트 선언은 이건희 회장이 당시 삼성 계열사 사장단 등 주요 임원들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불러 놓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유명해진 이른바 ‘삼성 신경영 선언’입니다.

이를 언급하며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 대해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 (고민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 대한 당부 발언이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함을 분명히 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재벌경영 체제의 폐해 시정’ 등을 당부한 정 부장판사의 ‘작심 주문’을 두고 삼성과 법조계는 진의나 배경 파악과 해석이 분분합니다.

재판부가 향후 공판을 두 차례 더 진행하겠다며 다음 재판 기일을 11월 22일로 잡은 가운데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방송 유재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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