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관행적으로 책정 예산 범위 안에서만 초과근무수당 지급
법원 "초과근무수당은 예산책정 행위 아닌 실제 근무에 의해 발생"

[법률방송뉴스] 이게 왜 재판까지 가야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자체는 소방공무원들이 실제로 초과근무를 한 만큼의 수당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김모씨 등 전·현직 소방공무원 23명이 6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입니다.

화재나 재난 등 위급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업무 성격상 소방관들은 야간이나 휴일근무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직 공무원 월평균 근무시간이 약 173시간인데 견줘 외근소방공무원은 2교대제 평균 360시간, 3교대제는 240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 360시간이면 4주로 치면 주당 90시간인 살인적인 근무시간입니다.

그런데 지자체들은 소방공무원들에게 관행적으로 실제 초과근무 시간에 못 미치는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왔다고 합니다.

근거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정한 옛 ‘지방공무원 보수업무 등 처리 지침’입니다.

해당 지침 관련 조항을 ‘책정된 예산의 범위 안에서만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면 된다’고 해석해 수당이 지급되는 초과근무시간의 상한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만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 온 겁니다.

소방공무원들은 이에 수원지법에 임금 지급 민사소송을 내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고 일부 원고 및 피고인 지자체들이 항소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법 행정부로 넘어갔습니다.

재판에서 지자체들은 관련 지침과 함께 초과근무 야간대기 중 식사와 수면 시간은 총 근무시간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하지만 지자체 주장을 기각하고 소방관들 손을 들어줬습니다.

"초과근무수당 청구권은 해당 근무 자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지 예산 책정 행위에 의해 정해지는 게 아니므로, 실제 초과근무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식사·수면 시간은 초과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식사·수면 시간에도 실질적인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상급자 지휘·감독 아래 놓여있는 시간이라 근무시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소방관들이 식사나 수면 중에도 불이 나면 5~10분 안에 화재현장에 도착하는 점을 감안한 판결입니다.

대법원도 오늘 “원심 판결이 옳다”며 실제 초과근무시간 만큼 수당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직장인들이 낮 12시부터 1시까지는 당연히 점심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반해 '소방공무원 근무규정'에 따르면 소방관들은 공식적·제도적으로 식사·수면시간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열악하다, 열악하다” 했지만 ‘공식적으로’ 식사 시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소방관들의 현실입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지방직인 소방공무원들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소방공무원법 등 관련 법안 6개가 그제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법사위와 본회의가 남았습니다. 여야가 싸울 땐 싸우더라도 이런 비정상을 정상화 하는 법안들은 국회가 제때 처리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판결로 보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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