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한국인, 세계 최대 아동음란물 사이트 '다크웹' 운영
32개국 사법공조 검거... 징역 1년 6개월 '솜방망이 처벌'
한국, 양형기준도 없어... 미국, 소지만 해도 징역 5~20년

▲유재광 앵커= 미국 법무부가 세계 최대 아동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했던, 한국인이라고 합니다. 이 한국인에 대해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미국으로 강제송환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고 합니다. ‘LAW 인사이드', 신새아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미국 법무부가 강제송환을 요구한 한국인은 누구인가요.

▲신새아 기자= 23살 손모씨라고 하는데요. 아동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해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지금 복역 중입니다. 다음달 출소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손씨를 “미국법에 따라 다시 처벌해야 한다”며 “미국으로 보내 달라”고 미국 법무부가 최근 외교 경로를 통해서 송환 요청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한국 감옥에 있는 아청법 위반 범죄자를 왜 미국 법무부가 송환 요청을 한 건가요.

▲기자= 그 부분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제 21일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인데요. 그 내용이 충격적입니다.

“다크웹에서 영유아 및 4~5세 아이들이 강간, 성폭행 당하는 영상들을 사고파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청원은 게시 사흘만인 오늘 오후 2시 기준 동참자가 20만 명을 훌쩍 넘기면서 청와대 답변 대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손씨가 운영한 아동음란물 사이트 이용자가 전 세계 32개 나라, 128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데 이 중엔 미국인 이용자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동포르노 관련한 미국법으로 사이트 운영자인 손씨를 처벌하기 위해 미국으로 보내달라는 취지의 송환 요청입니다.

▲앵커= 그런데 ‘다크웹’ 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게 뭔가요.

▲기자= 다크웹은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일반 웹사이트들과 달리 전용 프로그램으로만 접속할 수 있도록 숨겨진 일종의 비밀 웹사이트입니다. 철저하게 익명화되고 암호화되어 있어 사용자 추적이 어렵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어둡의 웹’이라는 뜻으로 다크웹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손씨는 이 다크웹에 2015년 '웰컴 투 비디오'라는 아동음란물 사이트를 개설해 수년 동안 4억원 이상의 범죄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한국 경찰청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영국 국가범죄청(NCA)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공조해 2018년 3월 손씨를 검거했고 이용자 310명의 신원을 특정했는데 이 가운데 223명이 한국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이 손씨라는 사람, 지금 23살이라고 했는데 2015년에 해당 사이트를 만들었으면 19살 때 전 세계 최대 규모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만들었다는 얘기네요.

▲기자= 그 나이에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개설한 것도 개설한 것이지만 사이트 운영방식이나 비트코인을 이용한 수익창출 등 사이트 운영 수법도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CNN 같은 경우는 “23세의 한국인이 침실에서 운영한 국제적 아동 착취 사이트를 어떻게 비트코인으로 추적했나”라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사이트 운영방식이 어떻게 특이했다는 건가요.

▲기자= 일단 일반인들에게 이름이 생소한 다크웹에 사이트를 개설했고요. 이후 손씨는 사이트 개설과 동시에 미국과 중국 비트코인 거래소에 계좌를 열고 이용료를 자신의 비트코인 지갑으로 받아 추적을 피해왔다고 합니다.

2년 8개월 동안 이렇게 4억667만원을 비트코인으로 받아 챙긴 건데요.  6개월 자유이용권이 41만원 정도 했다고 하는데 회원이 아동포르노를 사이트에 업로드하면 손씨는 현금처럼 쓰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조건은 반드시 다른 사이트에 없는 ‘새로운 포르노’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고요. 손씨는 사이트에 암호화 기술을 적용해 기존 영상과 겹치지 않는 것을 올리는 회원에게만 포인트를 지급했습니다.

실제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 중 45%는 다른 사이트의 수사에서 적발된 적 없는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새로운 아동포르노의 생산을 독려하는 구조로 사이트가 운영되어 온 겁니다.

▲앵커= 이걸 기발하다고 해야 하나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 이런 구조로 운영이 되다 보니까 ‘새로운 아동포르노’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 많은 아동들이 성 착취를 당하는 2차 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아주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 법무부는 미국과 영국, 스페인 등에서 성 착취를 당하던 23명의 아동이 이번 수사를 통해 구출됐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영상에 등장하는 많은 피해 아동은 대부분 신분이 특정되지 않았고 구출되지도 않았습니다.

▲앵커= CNN 보도도 얘기했는데 이게 어떻게 세계 유수 언론들의 관심을 받게 된 건가요.

▲기자= 사건이 재조명된 것은 지난 17일 미국 법무부가 '웰컴 투 비디오'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인데요. 미 법무부는 홈페이지에 수사 내용과 함께 손씨를 포함한 피의자들의 실명과 구체적인 피의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CNN, 워싱턴포스트,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이 비트코인을 이용한 아동포르노 수익화와 아동 성 착취 범죄의 심각성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이를 질타하는 보도들을 쏟아낸 겁니다.

이들 언론들은 모두 손씨의 이름을 실명으로 기재해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해외 언론들 기사에선 그 수법도 수법이지만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손씨가 고작 징역 1년6개월밖에 선고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당혹스럽다는 분위기가 역력히 느껴져 더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는 법적 처벌이 어떻게 되어 있나요.

▲기자=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사이트 회원인 미국인 제임스 다오생(25)은 ‘아동포르노 소지’ 혐의로 징역 97개월과 보호관찰 20년을, 마이클 암스트롱(35)은 징역 5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 받은 바 있습니다.

음란물을 배포하고 실제로 아동 성 착취를 한 영국인 카일 폭스는 징역 22년을 선고 받았는데요. 위와 같이 미국의 경우 아동음란물을 소지만 해도 징역 5~20년에 처해집니다.

반면 국내 현행 아청법에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인데 그나마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직접 사이트를 만들고 아동 포르노 제작과 유포를 독려했는데도 징역 1년6개월인데, 미국은 단순 소지자에 대해서도 징역 97개월이면 8년이 넘는다는 건데, 너무 차이가 나는 것 아닌가요.

▲기자= 일단 우리 아청법 제11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배포·제공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최대 징역 10년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재판 양형에 있어선 초범이라는 이유로, 반성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손씨도 1심에선 집행유예를 받고 2심에서 그나마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영리 목적이 아닌 단순 배포나 소지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집행유예, 아니면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한수 법무법인 함백 변호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이한수 법무법인 함백 변호사]

“엄밀히 얘기하면 법정형에 하한이 없다보니까 그 판사님들이 판결할 때 초범이고 반성을 하고 있고 이런 점을 고려하다보니까 어떻게 보면 국민의 법 감정과는 약간 괴리된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거고요.”

▲앵커= 이게 ‘약간 괴리’가 아니라 '엄청나게 큰 괴리'가 있는 것 같은데 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한 거 아닌가요. 어떤가요.

▲기자= 일단 현재는 아동음란물 관련한 양형기준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대법원 양형연구회 위원으로 있는 김영미 변호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배포에 대한 형량이잖아요. 그 부분에 대한 양형기준이 별도로 나와 있진 않아요. 정말 이번 다크웹 손모씨 같은 경우는 거의 너무너무 충격적일 정도로 처음이라서... ”

양형기준이 없다보니 판결이 제 각각이고 그마저도 이런 충격적인 사건에서 조차 전 세계 언론의 조롱거리 비슷하게 될 정도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건데요. 김 변호사의 말을 이어서 들어보시죠.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또 과거에 이런 유사한 사례 경우에 법원의 판결이 되게 약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전체적으로 법원의 인식이 음란물 유포나 제작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런 게 좀 문제인 것 같아요. 인식 전환이 저는 먼저 필요하다 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법원 판사들의...”

김 변호사는 대법원 양형연구회에서 관련 사안들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좀 엄벌에 처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이 마련됐으면 하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볼까요. 미국 법무부가 손씨에 대해 범죄인 송환 요청을 했다고 했는데 송환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어떤 건가요.

▲기자= 한국 사법기관에서 어쨌든 처벌을 받았는데 같은 혐의로 미국에서 또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느냐. 이른바 ‘일사부재리 위반 아니냐' 이런 논란이 있기는 한데요.

우리 법원이나 정부가 2번 처벌하는 게 아니고 미국 사법당국이 미국 땅에서 미국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것이니 만큼 이후에 미국에서 어떻게 처리를 하든 손씨가 송환에 불복할 경우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겠지만 가능하다는 의견이 훨씬 우세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아동음란물에 대한 양형기준 자체가 없었다는 게 어떻게 보면 더 충격적이네요. 하루빨리 마련되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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