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 자금 움직이는 '선거 펀드' 법률 규정 전혀 없어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에서 입법적으로 규정해야

조태욱 법무법인 담영 변호사

대선 열기가 뜨겁습니다. 최근 한 유력 대선 주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펀드 모집으로 한동안 검색어 1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선거자금 조달 뿐만 아니라 후보에 대한 관심도를 올리는 데도 펀드가 큰 몫을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선거 펀드(또는 ‘정치인 펀드’ ‘후보자 펀드’ 등, 법에 규정된 제도가 아니다보니 공식 명칭이 없습니다)의 기본적인 구조 및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요.

선거 펀드가 가능한 것은 기본적으로 공직선거법 제122조 2항(선거비용 보전) 규정에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후보자의 득표 수에 따라 선거비용을 국가가 보전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단 선거에 필요한 선거비용은 후보자가 선지출하되, 후보자의 득표 수가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인 경우에는 전액을, 10%~15%인 경우 50%를 국가가 후보자에게 보전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득표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전혀 보전해 주지 않는 것입니다).

공직선거법 제122조 2항이 있음으로 인하여, 후보자는 일단 펀드로 선거비용을 조달하여 사용하고, 추후 국고에서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면 이자만 후보자의 돈으로 부담하여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줄 수 있는 것입니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만으로 막대한 선거비용의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투자상품과 비교하여 본다면 상당히 획기적인 상품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선거 펀드에 대한 법률 규정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역대 선거 펀드를 통한 모금액을 보면,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300억원을, 박근혜 후보는 250억원을, 안철수 후보는 136억원 상당을 선거 펀드를 통하여 모집하였습니다.

수백억원 상당의 자금이 움직이는데, 법적인 규정이 전혀 없이, 단순한 개인 간의 거래에 불과하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근거하여 움직인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선거 펀드에 대하여, 여전히 유사수신행위(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 또는 신고 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인에게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 바,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등 관련 법령에서 입법적으로 규정함이 타당합니다.

또한 선거 펀드를 통하여 정치후원금 규정을 잠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이는 바, 선거 펀드의 모집, 운영, 반환 및 보고 의무에 대하여 반드시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모금 방법과 모금액에 엄격한 제한을 받는 정치후원금과 다르게 선거 펀드를 통한 모금에는 전혀 제한이 없는 바, 선거 펀드가 고액의 후원금을 합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선거 펀드 투자시 유의할 점을 살펴보면, 우선 당연히 최소한 15% 이상 득표가 확실한 후보자가 판매하는 펀드가 안전할 것입니다.

선거 펀드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개인(후보자)과 개인(투자자) 사이의 사적인 금전거래’에 불과한 것이라, 법률적으로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습니다.

대통령 선거의 후보자별 법정 선거비용 한도가 이번 대선의 경우, 509억 9천400만원으로 엄청나다는 점을 고려할 때(실제로 후보자별로 차이는 있으나 선거비용으로 450억~500억원 상당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국고에서 선거비용을 보전을 받을 수 없다면, 후보자 개인의 재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후보자의 득표율이 15%가 넘는 경우에도, 여러가지 변수에 따라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쉽게 예상되는 경우가, 후보 단일화입니다. 펀드로 투자한 후보자가 단일화로 인하여 득표가 없는 경우, 선거비용 보전이 불가능한 바, 회수가 문제 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후보자의 다른 민사적인 채무 때문에 회수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조전혁 후보의 경우입니다.

조전혁 후보는 26%를 득표하여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았으나, 다른 민사소송에 휘말리면서 보전받은 돈이 압류되어 선거 펀드 투자자들이 곤란을 겪은 사실이 있습니다.

선거 펀드를 처음으로 도입한 유시민 전 장관 역시 통합진보당 문제와 얽혀 원금과 이자가 제대로 상환되지 않아 민사소송에 휘말리기도 하였습니다.

최근 판매된 선거 펀드는 시중 금융상품에 비하여 상당히 높은 이자를 지급하고 있어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표현 못지않게 투자상품으로서의 매력도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이 1시간 30분만에 무려 330억원의 투자금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선거철마다 매번 반복될 것입니다. 더 이상 선거 펀드를 규정의 사각지대에  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선거 펀드 투자자의 손실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든, 선거 펀드를 통한 정치후원금 편법 지원을 방지하기 위해서든, 선거 펀드에 대한 명확한 법률 규정이 시급합니다. /조태욱 · 법무법인 담영 변호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