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민사지법, 안양시에 "단속권 남용, 위자료 등 2천만원 배상"
"공장 가동 중단·이전 압박, 오염물질 배출과 무관한 단속까지"

[법률방송뉴스] 공장 오염물질 배출량이 기준치를 벗어나지 않는데도 주민 민원을 이유로 과도하게 단속에 나선 지자체에 대해 법원이 "권한 남용 행위"라며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임정엽 부장판사)는 22일 경기도 안양시에서 재생 아스콘 등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A사가 안양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안양시는 2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안양시는 주민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다수의 공무원을 동원해 단속행위를 반복하거나 오염물질 배출과 무관한 단속까지 해 A사를 압박했다"며 "이는 행정절차법이 금지한 불이익한 조치에 해당하고, 다른 목적을 위해 조사권·단속권을 남용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1984년부터 안양에서 아스콘 등을 생산하던 A사는 2004년 폐기물중간처리업 허가를 받고 재생 아스콘을 생산했다. 앞서 2001년 안양시가 이 공장에서 80m 정도 떨어진 곳에 1천800여 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축을 승인하면서 아파트가 들어섰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2017년 이 공장의 배출물질 조사 결과 벤조피렌 등 오염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안양시에 공장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거듭된 민원에 안양시는 41명의 공무원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25일 동안 19차례에 걸쳐 A사 공장에 대한 조사와 단속을 벌였다. 개별 단속항목으로는 70차례가 넘는 단속이었다.

그러나 적발된 사례는 건설기계 불법 주차나 화물차량 과적 등 10여 차례에 불과했고, 주민들이 문제삼은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서는 벤조피렌 등의 배출량이 기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안양시가 권한을 남용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안양시의 단속은 공장 가동 중단이나 이전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고, 공장의 오염물질 배출량이 허용기준을 넘거나 주민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9개 과 직원 32명이 현장에 상주하며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고, 적발사항이 발견되지 않아도 단속을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절성과 비례의 원칙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안양시의 단속에 따른 A사의 재산상 손해에 대해 1천만원, 회사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된 데 대한 위자료로 1천만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A사가 안양시 부시장과 환경보건과장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재량권 남용이라는 것을 명백히 인지했다거나 중과실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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