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원과 달리 사건 무작위 배당 아닌 검찰 수뇌부 직접배당"
"사건 배당 통한 검사 길들이기... 중요 사건 임의 배당 등 부작용"
법무·검찰개혁위, 각 검찰청에 '사건배당 기준위원회' 설치 권고

▲유재광 앵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부당거래'를 보면 연쇄살인사건을 부장검사가 극중 류승범이 맞는 주양 검사에게 "어이, 주 프로 이 사건 네가 맡아라"하면서 던져주듯 배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앞으로 검찰에서 이런 자의적 사건 배당이 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입니다. 남 변호사님, 오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관련 회의를 열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김남준 위원장입니다.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 기준위원회 설치, 이런 건데요.

배당 절차를 투명화하는 방안에 대해서 심의·의결하면서 법무부장관에게 각 지방 검찰청 등에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 기준위원회, 가칭입니다. 이것을 즉시 설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더불어 검찰청법 11조와 같이 검찰청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 기준에 관한 규칙을 만들어라. 이런 것도 권고했습니다.

▲앵커= 지금 검찰은 사건배당을 어떻게 하고 있나요.

▲남승한 변호사= 법원의 경우와 비교됩니다. 법원의 경우에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무작위로 배당을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가 된 적이 있기는 합니다.

촛불 사건과 관련해서 특정 배당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는데요.그와 관계없이 법원은 원칙적으로 무작위 배당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검찰의 경우에는 특정 요일에 차장검사가 배당하거나 기관장이 배당하는 형태로 하고 있어서 무작위 배당은 아닌 것으로 대충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예규에서는 검찰청의 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직접배당을 할 수 있다고 정하는 등 임의적 배당을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앵커= 임의적 배당이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뭐가 문제가 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임의적 배당을 하게되면 투명성이 떨어지다 보니까 자의적으로 사무분담을 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기관장이 직접 배당하는 사건의 범위가 상당히 포괄적이기도 하고 또 부장검사가 소속 검사에게 배당을 하는 것에 관해서 별다른 통제장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배당권자가 상당히 재량권을 많이 가지게 되는데요.

그러다보니까 검찰 단계에서의 배당예우 같은 게 있을 수 있는데 전관 변호사나 검찰 관계자를 고려한 배당, 이런 것들이 가능해져서 '배당예우'나 이런 전관예우를 막을 수 없는 문제점도 생긴다.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언론사에서 데스크가 기자들한테 아이템 배당할 때 '이 아이템은 얘가 잘 할 것 같다'고 하면 그 기자한테 배당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은데, 검사들도 그렇게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남승한 변호사= 그런 측면도 있기는 합니다. 특정 사건을 잘 하는 검사가 있을 테니까 그런 사건에 대해서는 그 검사가 하는 것이 맞겠죠.

그런데 이런 점에서 사실은 금융조세조사부라든가 공정거래 사건을 조사하는 조사부라든가 이런 것을 두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반 형사부에 그런 정도의 사건이 들어오면 아예 배당을 달리해서 그 부로 보내든가 그러면 되는데요.

그런 경우가 아니라 이것을 그런 부로 배당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통상의 사건들을 어떤 검사에게 보낸다거나 아니면 안 보낸다거나 이러면서 '배당불평등' 같은 게 생길 수도 있고요.

또 부장검사나 아니면 사건을 배당하는 지휘부의 의견에 맞는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검사에게 해당 사건을 배당할 수도 있어서 이게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검사동일체 원칙 때문에 원칙적으로 그렇게 해도 문제 없는 것 아니냐. 이렇게 할 수도 있지만 검사 자체도 스스로 독립해서 이런저런 판단을 해야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애초에 배당 시에 '저 검사는 이런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검사에게 임의로 배당하지 않고 무작위로 배당되도록 하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게 어떻게 보면 사건 배당을 통해서 검사들 줄세우기, 길들이기, 이런 게 가능할 수도 있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이게 부작용이 상당히 높을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국회의원에 대한 사건이나 사회 이목을 끄는 중요한 사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이런 것들을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배당하지 않고 배당권자 의중대로 배당권자와 비슷한 판단을 할 검사에 배당할 가능성이 있고요.

그 다음에 객관적 기준이 없다보니까 예를 들면 여성 검사라는 이유로 선호부서에 배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 것이고, 또 부당한 지시나 요구에 불응할 경우에 구속사건을 막 폭탄처럼 배당합니다.

'폭탄배당'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요. 그다음에 특별한 사정 없이 경찰송치 사건을 특정 검사에게 마구 배당할 수 있습니다.

경찰 송치 사건은 다 똑같은 것 같기는 한데, 검찰은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사건은 조금 중요 사건으로 치고 송치 사건의 경우에는 중요하지 않은 사건으로 보는 것 같거든요.

그런 경우에 별로 안 중요한 사건, 송치 사건 잔뜩 배당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하면 해당 검사는 일은 많아지고 수사해도 성과로서는 크게 높이 평가 못받고 이러니까 아무래도 잘 보이고 싶어지고요.

그렇게 해서 중요 사건 배당받고 싶어지고 이런 문제가 생겨서 검사를 줄세우기 하는 방법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앵커= 오늘 개혁위 이번 권고안,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시나요.

▲남승한 변호사= 검찰 배당이 객관화되거나 무작위로 된다는 것은 좋은 일 같습니다. 가끔 고소장을 제출하는 변호인 입장으로서도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라고 생각해서 방치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중요 사건은 굉장히 빨리 처리하고 일반 고소 사건은 경찰로 일단 돌려보낸 뒤에 도대체 처리 하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모르겠고, 그러다 갑자기 결과가 나오면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이런 점이 종종 보여서 사실은 배당이 조금 객관화되고 하면 그런 일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앵커= 자의적인 것과 자율적인 것, 한 글자 차이지만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어쨌든 좋은 쪽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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